설경구가 25일 영화 ‘불한당’에서 착용한 파란색 슈트를 입고 대종상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설경구, 대종상 이어 영평상 주연상 확정
논란 속 흥행 실패…연기 호평 팬덤 형성
배우 설경구와 영화 ‘불한당’이 기막힌 반전을 만들어가고 있다.
5월 개봉한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제작 폴룩스)은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고 부정적인 논란에도 휘말렸지만 뒤늦게 형성된 호평을 발판으로 충성도 높은 관객층을 탄생시킨 ‘희귀한’ 영화다. 스스로를 ‘불한당원’이라고 이름붙인 영화 팬들을 특히 설경구에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고, 덕분에 그는 ‘중년 아이돌’로 평가될법한 팬덤의 주인공이 됐다.
무엇보다 설경구의 대종상 주연상 수상은 2002년 ‘공공의 적’ 이후 15년 만이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많이 후보에 오르고도 상을 받지 못했는데 오늘은 하나 건졌다”며 “마치 영화 속에 있는 기분이다. 동지인 (아내)송윤아에게도 감사한다”고 감격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시상식에서 설경구가 입은 파란색 슈트는 ‘불한당’에서 그가 실제로 착용한 의상이다. 그는 영화와 자신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불한당원’을 향한 팬서비스 차원에서 시상식을 앞두고 제작진에 따로 부탁해 영화 속 의상을 받아 다시 입었다.
설경구는 ‘불한당’을 통해 배우 인생에 새로운 전환을 맞고 있기도 하다. 최근 2∼3년 동안 주연한 영화들이 부진했던 탓에 활약이 주춤했지만 올해 상황은 전혀 다르다. ‘불한당’ 개봉을 준비하던 5월 초, 칸 국제영화제 초청 낭보가 드라마틱한 사건의 시작이다.
설경구는 ‘불한당’을 칸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작품에 대한 평가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형성되면서 흥행 기대치도 상승했다. 하지만 감독이 SNS에 써온 사적인 글들이 특정 지역과 여성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휘말렸고, 그대로 영화는 직격탄을 맞았다. 관객의 외면 속에 약 80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