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부터 사전 출입등록을 한 사람만 공정위 직원들과 만날 수 있게 하는 ‘외부인 출입 접촉 관리 방안 및 윤리준칙’을 24일 발표했다. 상위 57개 대기업 계열사의 대관(對官) 업무 담당자와 28개 로펌의 공정위 사건 수임 경력이 있는 변호사 및 회계사, 그리고 이들 대기업과 로펌에 재취업한 공정위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판 로비스트’ 규정이다. 공정위 출신 ‘공피아’들의 부정청탁을 막기 위한 전관예우 근절 차원의 첫 시도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엄격한 처벌규정도 없고 외부에서의 접촉이나 전화 청탁에 구멍이 숭숭 뚫린 윤리준칙으로는 적폐 중의 적폐를 뿌리 뽑을 수 없다. 전관예우 폐해가 공정위만의 문제도 아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국무조정실 자료를 분석해 문재인 정부 출범 뒤에도 청와대, 국가정보원, 검찰청 등에서 63명의 고위공직자가 유관기업에 재취업했다고 밝혔다. 검찰과 사법부는 물론이고 ‘금융 검찰’로 불리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퇴직자들이 관련 기업 고위직으로 재취업해 해결사 노릇을 하는 일이 허다하다. 국방부 퇴직 공직자가 무기중개업체에서 거액의 고문료를 받고는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라고 변명하기까지 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교수 시절인 2007년 “관료가 체득한 전문지식이나 인적 네트워크는 국민 세금으로 투자한 공익적 자산”이라며 이를 영리추구 수단, 특히 정책의 투명성을 훼손하는 로비에 이용하는 것은 심각한 이해 충돌을 야기한다며 규제를 주장했다.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재취업했다지만 4급 이상 고위직은 90% 이상 고무도장을 찍어준 공직자윤리위도 한통속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됐다고는 하나 퇴직 공무원의 전관예우와 로비를 막을 수 있는 이해충돌 방지 규정은 아예 빠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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