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속 돈 조반니 등 전작들과 달리 어색하게 겉돌아
8년 전에는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가 소설 ‘1Q84’ 테마곡으로 쓰여 상당 기간 음반판매 상위권을 차지했다. 지난달 국내 번역 출간돼 한 달 넘게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는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는 제목부터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사진)를 끌어왔다.
오페라 1막에서 바람둥이 돈 조반니는 한 여인을 희롱한 뒤 그녀의 아버지 기사단장을 살해한다. 하루키는 이 장면을 소설의 주요 소재인 늙은 화가의 그림, 절정부의 ‘이데아 살해 장면’에 거의 베껴 옮기듯 활용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 재즈 피아니스트 텔로니어스 멍크의 음반도 주요 장면에 삽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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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 삽입곡 전문가 추천 음반
배경 공간의 분위기를 전하는 향신료 정도로만 음악을 썼을 뿐 ‘1Q84’에서처럼 소설 속 두 세계를 연결하는 필연적 요소로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얘기다. 류 씨는 “음악이 이야기 전반의 풍취를 잡아준 ‘해변의 카프카’나 재즈 트럼본 연주자 커티스 풀러의 곡을 뼈대로 쓴 ‘애프터 다크’와 달리 이번 소설은 굳이 음악이 없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하루키가 전부터 음악에 대한 자신의 단상을 글의 맥락과 잇지 못한 채 피상적으로 나열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 왔다는 의견도 있다. 한 클래식음악 전문가는 “장식이 아니라 제목에 쓸 정도로 돈 조반니를 언급했다면 ‘장미의 기사’보다는 같은 바람둥이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 2악장을 가져왔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말했다.
음악의 흐름과 이야기 흐름을 교차시키는 쾌감은 전보다 떨어지지만 성실하게 쌓아온 음악 경험을 글에 녹이는 하루키의 내공을 폄훼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재즈칼럼니스트 황덕호 씨는 “사건과 상황에 맞게 음악을 활용한 것인지 의구심 드는 부분이 있지만, 그 어울림의 판단은 음악을 들으며 작품을 읽어본 뒤 독자 각자가 해보길 권한다”고 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