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비 세운 제주 용머리 해안 대신 대정읍 신도리 해안說 제기돼 혼란 “道가 논란 종지부 찍어야” 주장도
‘하멜 표류기’를 쓴 네덜란드인 하멜 등을 기념하기 위해 표착지로 추정되는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용머리해안에 기념비와 난파된 상선 모형이 설치됐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이 표류기는 관원에게 체포된 경위를 비롯해 제주, 한양, 강진, 여수 등지로 끌려 다니며 겪은 군역, 감금, 태형 등을 소상하게 담고 있다. 부록인 ‘조선국기(朝鮮國記)’에서는 당시 지리, 풍토, 경치, 군사, 교육, 무역 등에 대해 하멜이 보고 들은 내용을 기록했다. 하멜 일행은 제주에서 10개월 동안 감금됐다가 한양으로 호송됐으며 전라도 여수에서 유배 도중 일본 나가사키(長崎)로 탈출한 뒤 네덜란드로 귀국했다.
스페르버르호 난파 당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위령비가 세워졌다. 해양탐험문화연구소와 하멜기념사업회, 신도2리 마을회 등은 16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2리 해안에 ‘하멜 일행 난파희생자위령비’를 세웠다. 높이 2∼3m, 너비 1m 크기의 위령비 옆에 하멜표류기 속 난파 당시 모습을 새긴 돌도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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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인 하멜과 일행이 표류하다 제주에 닿을 당시 희생된 선원 등을 기리는 기념비가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2리 해안에 세워졌다. 기념비를 세운 단체들은 이미 하멜기념비가 있는 안덕면 용머리해안이 아니라 신도2리 해안이 진짜 하멜이 도착한 곳이라고 주장한다. 해양탐험문화연구소 제공
용머리해안에 하멜기념비가 세워진 이유는 하멜표류기에 ‘정오를 지나 그간 머물고 있던 해안가를 출발해 4마일을 걸어서 저녁 전에 대정현청에 도착했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용머리해안은 대정현청에서 동쪽으로 직선거리가 6km가량 떨어져 하멜표류기 내용과 얼추 비슷하다고 보고 기념비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증을 통해 새롭게 등장한 표착지인 신도2리 해안은 대정현청에서 서쪽으로 8km가량 떨어져 있다.
채바다 해양탐험문화연구소장은 하멜 표착지를 신도2리 해안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 소장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청년들의 넋을 기리고 하멜 일행이 보여준 도전과 개척정신의 메시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위령비를 세우게 됐다”며 “이제 제주도가 나서서 하멜 일행 표착지 논란에 대해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