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어제 8·27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안 전 대표는 출마 이유에 대해 “결코 제가 살고자 함이 아니라 당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라며 “국민의당이 무너지면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는 빠르게 부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극좌, 극우에 대비되는 ‘극중(極中)주의’라는 개념을 강조하면서 좌우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정당으로서 국민을 파고들기 위해서는 스스로 ‘당의 얼굴’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국민의당은 대선 패배 이후 이도 저도 아닌 정당으로, 제3당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당의 창업자인 안 전 대표로선 절박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 이대로 가면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도 가망 없다는 생각을 했을 법하다.
그럼에도 안 전 대표가 하필 이 시점에 당권 출마를 선언한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지난 5·9대선에서 비록 3위지만 21.4%를 득표한 유력 정치인의 처신치곤 너무나 가볍다. 더구나 대통령 선거의 근간을 뒤흔든 ‘제보 조작’ 파문의 정치적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안 전 대표를 필두로 국민의당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것이 불과 사흘 전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정치인으로 살아온 지난 5년 동안의 시간을 뿌리까지 다시 돌아보겠다”던 다짐의 끝이 당권 도전인가. “명분이 없다”는 당내의 거센 반발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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