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 관광경찰대 이범희 수경 의식잃고 거리에서 쓰러진 중국계, 7분만에 기적적으로 호흡 돌아와 병원 따라가 통역… 긴급조치 도와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 순찰2팀 이범희 수경(21·사진)은 19일 오후 2시 반경 서울 동대문시장 일대를 순찰하고 있었다. 매우 붐비는 사람들 사이로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 수경은 본능적으로 소리가 난 방향으로 내달렸다. 길바닥에 한 남성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남성의 몸은 축 처지고 눈동자엔 초점이 없었다. 입을 벌리려 해도 꿈쩍하지 않았다. 남성은 쓰러질 때 머리를 바닥에 부딪쳐 피까지 흘리고 있었다.
이 수경은 두 달 전 경찰에서 받은 응급처치 교육 내용이 스쳤다. 남성을 편히 눕히고 가슴에 양손을 올린 뒤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가슴을 여러 차례 압박하자 힘이 빠져 양팔이 후들거렸다. 무더위에 온몸은 일찌감치 땀으로 뒤범벅됐다. 배운 대로 응급처치를 했지만 남성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옆에서는 남성의 아내와 딸로 보이는 사람들이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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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남성은 가족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중국계 뉴질랜드인 뤄이신 씨(47·마카오대 경영학과 교수). 응급실에서 다시 만난 뤄 씨의 아내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의경 복무를 하기 전 한양대에서 중국어를 전공했던 이 수경은 통역사를 자처했다. 이 수경은 뤄 씨 아내로부터 심장판막 수술 사실을 듣고 의사에게 이를 전했다. 뤄 씨의 아내는 “한국이 좋아서 세 번이나 찾아왔다. 만일 이 수경의 도움이 없었다면 한국에서 매우 소중한 것을 잃고 갔을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