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8번째 부부 신장기증 김영철-서유연씨
19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신장이식 수술을 앞둔 김영철 씨(왼쪽)와 부인 서유연 씨가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김 씨는 이날 20년간 만성신부전을 앓은 이인만 씨(43)에게 자신의 신장을 내어주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이 씨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다. 김 씨의 신장 기증은 사실 부인 때문이다.
서 씨는 신장 기증자로서는 ‘선배’다. 2003년 TV 프로그램에 나온 만성신부전 환자가 “물 한 모금, 과일 한 조각 마음껏 먹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선뜻 기증을 결심했다. 이식받은 사람은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40대 남성이었다. 서 씨에게 감동한 이 남성의 부인도 자신의 신장을 남에게 내어줬다.
김 씨는 이날 수술을 위해 1년간 몸무게를 78kg에서 66kg까지 감량했다. 지난해 부인과 함께 시작한 건강보조식품 사업도 몸 관리에 도움이 됐다. 5월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기증 의사를 밝힌 뒤 집이 있는 부산에서 서울을 몇 차례 오가며 기증을 준비했다.
수술은 약 4시간 만에 무사히 끝났다. 김 씨는 이르면 다음 주에 퇴원한다. 부부는 이로써 국내 18번째 ‘부부 신장 기증인’이 됐다. 2013년 17번째 부부 기증인이 나온 지 4년 만이다. 서 씨는 “내가 신장 기증을 하려고 수술을 받았을 때는 아픈 것도 못 느꼈는데, 신랑은 얼얼하다고 한다”며 “아픈 건 잠깐이지만 이식받은 사람의 건강은 평생”이라며 웃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