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나홀로 가구 “수박 한통, 다 못먹어”
《 혼자 살고 있는 손모 씨(27)는 대형마트에서 장보기를 꺼렸다. 요리를 해 먹고 싶은 다양한 재료가 있지만 포장된 식재료의 양이 너무 많았다. 유통기한이 길지 않은 식재료는 다 먹지도 못하고 버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자취 생활 10년 차인 최한나 씨(32·여)도 마찬가지다. 수박을 좋아하지만 90L짜리 소용량 냉장고는 수박이 들어가기에 너무 작았다. 》
이마트는 지난달 22일 1인용 소포장 회를 내놓았다. 광어 우럭 연어 등을 1팩당 50g 단위로 포장했다. 기존 제품(250g)의 20% 크기로 포장을 줄였다. 가격도 5000원 정도여서 부담이 없다. 서울 마포구의 유소영 씨(33·여)는 “어차피 혼자선 다 못 먹을 것 같아 마감시간까지 기다려 할인된 회를 구입하곤 했는데, 포장 단위를 줄이니 신선한 상태로 부담 없이 사 먹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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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5월 출시한 ‘나 혼자 수박’은 8∼9kg짜리 수박을 16등분해 전용 용기에 담은 상품이다. 이마트 제공
이완희 간편과일 바이어는 “무조건 간편함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신선도를 유지하면서도 작은 단위로 구매할 수 있게 상품 패키지 제작부터 맞춤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이 90g 단위로 포장해 파는 돼지고기(위)와 이마트가 50g씩 포장한 1인분 생선회.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파는 식품은 그동안 고품질과 그에 걸맞은 화려한 포장에만 신경 써왔다. 하지만 실속을 중시하는 1인 가구가 점차 늘어나는 영향으로 상품 포장을 혁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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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품을 작게 나눠 여러 개를 파는 게 통째로 팔 때보다 수익성도 좋다. 이는 1인 가구의 지갑을 열게 해 전체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