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전 금융통화위원
한국에서도 지난해 말 최순실 사태로 촉발된 촛불 집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통과까지 이끌어 냈다. 촛불 집회는 단순히 국정 농단 사태에만 분노한 것이 아니라 양극화, 고용 불안, 청년 실업 등 각종 경제·사회적 병폐에 시달리던 시민들의 분노와 함께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재벌들의 정경 유착과 정유라 입시·학사 특혜에 대한 분노도 포함되어 있다. 얼마 전까지 존재감이 없던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계속되는 ‘사이다’성 발언으로 대선 후보로 부각된 것도 따지고 보면 이 같은 분노의 정치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정치권은 서로 탄핵 정국을 주도하기 위해 너나없이 경제 민주화를 경제 정책의 골격으로 삼는다는 정강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것은 재벌만 손보면 경제가 바로 살아나고 경제 민주화가 이뤄지며 경제 정의가 살아날 것이라는 생각에 입각한 재벌 개혁 관련 정책들이다. 이것은 경제 실패의 원인을 정경 유착으로 몰아가 재벌을 분노의 대상으로 삼는 ‘분노의 경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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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은 2% 초중반이고 잠재성장률도 2%대로 내려오는 등 ‘퍼펙트 스톰’은 아니더라도 외환위기에 맞먹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거세지는 보호무역주의,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성장률 둔화 등과 함께 국내에서는 소비 투자 수출의 동반 침체는 물론 정치적 불확실성 등의 내우외환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양극화 해소를 이루는 선순환을 위해서는 분노의 경제가 아닌 차분하고 이성적인 시장경제에 기반을 둔 경기 활성화와 성장잠재력 제고에 힘써야 한다.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전 금융통화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