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 “상법 개정 반대”
전자부품 관련 코스닥 상장사 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에 대한 기자의 전화에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황금주’(주요한 경영 사안에 대하여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주식) 등으로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해외 흐름과 반대로 국내에서는 오히려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막으려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16일 ‘기업지배구조 관련 상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단체 공동 성명서’를 낸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의 설명 자료에는 상법 개정에 따른 중소·중견기업의 경영권 위협 실제 사례가 열거됐다. 한 예로 지주회사 A사의 자회사인 B기업의 지분 구성은 지주회사 65.75%, 국민연금 6.78%, 국내 기관투자 1.06%, 외국 기관투자 7.48%, 기타 18.93%이다. 그런데 상법 개정안이 시행돼 감사위원 분리 선출 때 단일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면 A지주회사(3%), 국민연금(3%), 국내 기관투자(1.06%), 외국 기관투자(7.48%), 기타(18.93%)로 지분이 구성된다. 헤지펀드 등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합심하면 자신들을 대리하는 감사위원을 선출해 기업 기밀을 곶감 빼먹듯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견기업 농심의 경우 농심홀딩스(32.72%), 신춘호 회장(7.40%), 율촌재단(4.83%) 등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45.49%다. 하지만 상법 개정안을 적용하면 감사위원 선출 때 의결권은 9.54%로 제한된다. 한미약품도 비슷하다.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가 보유한 41.37%의 지분으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단 3%에 불과하다.
중소·중견기업들은 ‘대기업 경영활동 위축’이 국내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도 경계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중에는 대기업 협력업체로 성장해온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해외 투기자본의 목소리가 커지면 대기업들은 장기적인 투자보다는 주주를 달래기 위한 배당 확대 등에 치중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대기업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소·중견 협력업체의 성장도 정체될 수밖에 없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미래 성장보다 경영권 방어에 신경을 쏟게 되면 국가경제 전체가 활력을 잃고 그로 인한 부작용을 중소·중견기업들까지 고스란히 짊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도형 dodo@donga.com·서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