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차(茶)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차는 그 자체로도 특유의 향과 맛을 풍기지만, 여기에 찻잎을 비롯해 꽃, 곡식, 과일 등을 더해 블렌딩(두 가지 이상의 성분을 조합)한 ‘블렌딩 차’가 요즘 인기다.
블렌딩 차의 역사는 오래됐다. 17~18세기 영국에서 홍차가 유행할 때부터 블렌딩은 시작됐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얼 그레이’, ‘잉글리쉬 블랙퍼스트’도 여러 다원(茶院·차 재배지)의 차를 블렌딩해서 만든 차다. 한 다원과 한 종류의 찻잎으로 만든 차를 ‘싱글 오리진(단일 원산지)’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한 종류 이상의 다른 ‘싱글 오리진’을 섞는다면 블렌딩 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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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2011년 문을 열어 2000여 명의 차 전문가를 배출한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홍정연 팀장은 “나만의 차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늘면서 매년 20~30%씩 수강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유명 차 브랜드들도 잇달아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 새 프랑스 명품 차 브랜드인 ‘다만 프레르’를 비롯해 독일의 ‘로네펠트’, 싱가포르의 TWG, 스리랑카의 베질루르, 프랑스의 떼오도르 등이 최근 2~3년 새 국내에 새롭게 차 전문점을 열었다. 김진수 다만 프레르 이사는 “국내 차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블렌딩 차의 인기가 높아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찻잔과 차 주전자를 찾고 있는 사람도 늘면서 로열코펜하겐 등 차 관련 브랜드의 인기도 높다.
블렌딩 차는 차 입문용으로 좋다. 국내 차 전문 브랜드인 ‘오설록’에 따르면 지난해 블렌딩 차의 판매 배중은 약 30%로 오설록의 가장 주요 상품으로 떠올랐다. 오설록 관계자는 “아무래도 일반 차보다는 상대적으로 향이 좋고 덜 까다로운 블렌딩 차가 20~30대 여성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차의 맛과 향을 보완해주는 것도 블렌딩 차의 장점이다. 홍 팀장은 “등급이 떨어지거나 오래된 차들도 블렌딩을 하면 맛과 향이 더 나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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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백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홍 팀장은 “녹차와 모로칸 민트 티백을 섞어 손님상에 내어도 된다. 감기에 좋은 도라지의 경우 배 또는 홍차를 섞는다면 맛까지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