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배영수가 올 시즌을 앞두고 승부수를 던졌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부상과 부진을 올해 끊어내겠다는 일념으로 새 무기까지 장착했다. 12일(한국시간) 일본 오키나와에서 주니치를 상대로 3이닝 2실점을 기록한 뒤 카메라 앞에선 배영수. 오키나와(일본)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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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을 준비하는 한화 배영수(36)의 심정은 절박하다. 2015시즌을 앞두고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한화 유니폼을 입을 때만 해도(3년 총액 21억5000만원) 마운드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가 컸다. ‘푸른 피의 에이스’라는 애칭을 지닌 현역 최다승 투수(128승)라는 타이틀 자체가 큰 무기였다. 그러나 그 기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실망으로 바뀌었다. 2015시즌 32경기 4승11패1홀드, 방어율 7.04로 부진했다. 팔꿈치 뼛조각제거수술까지 받으며 부활을 노렸지만, 지난해 1군 경기에 단 한 차례도 등판하지 못했다. 잠시 1군 엔트리에 진입했던 것이 전부다. 자존심에 큰 생채기가 났다. 본인도 “한 시즌을 통째로 쉬었으니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를 마친 뒤 배영수는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던졌다. “2017시즌은 야구인생에서 마지막 승부라고 생각한다.” 2016시즌이 끝난 뒤 2개월에 가까운 긴 시간을 교육리그와 마무리캠프에 쏟아 부었다. 교육리그에선 일본 투수들의 진지한 투구자세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고, 마무리캠프에선 ‘왜 야구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게 된 계기다. 12일(한국시간) 한화와 주니치의 연습경기가 열린 차탄구장에서 만난 배영수는 “나는 뭔가를 점검할 때가 아니다. 무조건 보여줘야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화 배영수.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새로운 출발, 불안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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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롭게 출발한다고 마음먹으니 불안감도 사라졌다. “무조건 보여줘야 한다”는 말은 조급함이 아닌 책임감과 명예회복 의지였다. 그는 “과거에는 급하게 준비하다 보니 잘 안 됐다. 이제는 그런 조급함은 전혀 없다”며 “새롭게 출발하는 느낌이라 오히려 불안하지 않고 편안하다”고 했다. 그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했다.
한화 배영수. 스포츠동아DB
● 마지막 승부 위한 2가지 무기
과거의 배영수는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으로 상대 타자를 윽박지르던 투수다. 빠른 공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적재적소에 섞어 던지며 위력을 더했다. 지금의 직구 구속은 과거와 비교할만한 그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존의 2가지 무기를 더욱 날카롭게 가다듬어 승부를 걸기로 했다. 그 2가지 무기는 종슬라이더와 이른바 ‘정우람표 서클체인지업’이다.
종슬라이더는 포크볼과 마찬가지로 상대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기 좋은 구종이다. 배영수는 종슬라이더를 던질 때의 팔스윙과 그립을 표현하며 “올해는 이것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했다. 2015시즌 자주 활용했던 포크볼을 12일 연습경기에서 단 하나도 던지지 않은 것과 큰 원을 그리는 팔스윙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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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일본)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