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100원선 무너지면 적자 수출 뻔한데… 중기청, 1000곳 긴급 설문
중소기업청은 급변하는 대내외 수출 환경 극복을 위해 중소·중견기업 1000곳(중소기업 805곳, 중견기업 195곳)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8일 밝혔다. 조사에서 중소기업의 87.3%는 급격한 환율 변동에 대한 대응책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중견기업 66.2%도 마찬가지다. 전체 조사 대상의 83.2%가 ‘롤러코스터 환율’에 속수무책인 셈이다.
환율 대비책이 있다는 기업은 49.4%가 내부적으로 관리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었다. 36.9%는 ‘환율 변동 보험’, 25.0%는 ‘선물환(先物換·미래 시점에 이뤄질 계약 환율을 미리 정해 두는 것)’으로 위험에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다.(복수 응답).
대기업이 하청 중소기업에 환 손실을 전가하는 사례도 없지 않아 중소기업은 수출 기업이 아니어도 환율 문제로 간접 피해를 볼 수 있다.
산업계에서는 달러당 환율이 1100원대가 무너지면 상당수 수출 중소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부품 등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은 기존 해외 거래처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적자 수출’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위험성이 크다.
의료기기 제조, 수출 업체인 A사는 지난해 한때 원화가치가 급등하면서 큰 손해를 봤지만 아직도 대책을 못 세우고 있다. A사 관계자는 “환율 전망이 불투명해 섣불리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이제 ‘무대응이 대응’이란 말까지 나온다”라고 밝혔다.
자동차 부품 중견기업인 B사도 뾰족한 환율 대책이 없다. B사 관계자는 “임시방편으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원자재 대금을 결제할 때 그 달러를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 변동 위험에 대비한 파생금융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큰 손해를 보고 도산 위기에까지 몰리면서 아직까지 ‘트라우마’에 갇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환 중소기업중앙회 통상정책실장은 “키코 사태 이후 중소기업인들이 환 위험 상품이란 말만 나와도 거부 반응을 보인다. 정부가 보험 수수료 지원을 확대하면서 중소기업계의 인식을 바꿔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