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의장 “트럼프 의회연설 반대”… EU 정상회의서도 따돌림 당해 美 눈치보다 중동정책 엉거주춤
실제 트럼프 취임 이후 첫 정상회담도 영국 몫으로 돌아오자 메이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고립의 돌파구를 찾았다고 여겼고 자신만만하게 EU 단일시장 탈퇴도 예고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모든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트럼프와 함께 국내외적으로 고립되는 모양새다.
메이는 답방 형식으로 올해 상반기 트럼프의 영국 국빈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반(反)이민 행정명령,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강행 등 지나친 보호주의 행보를 보이자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은 6일 “트럼프 방문 때 의회에서 연설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버커우 의장은 “의회 연설은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권한이 아닌 획득하는 명예”라고 말했지만 실제 의회 연설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도 할 정도로 일반적이다. 트럼프의 국빈방문을 취소해 달라는 온라인 청원이 2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트럼프로서는 심기가 불편한 일이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메이 정부가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트럼프의 영국 방문 시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의 만남을 미끼로 삼았던 것이 드러나면서 버킹엄궁마저 곤란해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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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의 중동정책도 스텝이 꼬이고 있다. 영국은 그동안 버락 오바마 정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발맞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국가 해법, 이란의 핵협상 합의를 지지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가 친(親)이스라엘, 반이란 정책으로 회귀하면서 영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미국의 눈치 때문에 지난달 전 세계 70개국이 참여한 중동 2국가 해법 성명에 서명하지 않았다가 국내서 따가운 비판을 받았고 그 틈을 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제재 동참을 요구하고 나섰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