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혼상제 전문가 김시덕 박사가 전하는 진설법의 진실
관혼상제 전문가 김시덕 박사는 차례상에 놓일 과일의 종류나 순서에 구애받지 말라고 당부했다. 김 박사는 “대추 밤 감 배 등 차례상의 과일 종류와 순서는 비교적 근래 정착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어떤 집은 대추 밤 배 감 순으로 놓지만 어떤 집은 감과 배가 바뀌고, 기타 과일을 그 뒤에 놓는 집이 있는가 하면 대추-밤과 배-감 사이에 잡과를 놓는 집도 있다. 물론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놓음)를 따르기도 한다. 국가장에 조언하기도 했던 관혼상제 전문가 김시덕 박사(55·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교육과장)로부터 차례상 차림에 관한 얘기를 20일 들어봤다.
“과 줄을 순서대로 조율시이로 쓴 가장 오래된 기록은 언제 것일까요? 16세기? 18세기?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최고(最古)는 겨우 1919년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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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시이가 기록(점선)된 습례국 진설도다. 1919년 만들어진 것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좌포우해(左脯右해)니 두서미동(頭西尾東)이니 하는 방식이 집집마다 퍼진 것은 오히려 1970년대 이후일 가능성이 있다고 김 박사는 본다. “1960년대부터 학자들이 전국을 돌며 제사 상차림을 조사했어요. ‘집안에 이러이러한 차림법이 있습니까’ 하고 물으면, 없어도 이후로는 그렇게 차릴 수 있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조사자로부터 ‘역전파’가 된 거죠.”
김 박사는 “주자의 가례도 기존 중국 예서의 논리를 과감히 뒤집은 책”이라며 “복잡한 진설법에 구애받지 말라”고 당부했다. “조리된 음식을 사서 차례상에 올려도 되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아요. 조선시대 종부(宗婦)들이라고 다 직접 음식을 했을까요? 하인들이 다 했죠. 음식을 주문해서 상에 올리는 것도 정성입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