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영화 ‘모아나’ 탄생 주역 김상진 캐릭터 디자이너 엘사 등 이전의 공주님 이미지 탈피… 현실적 체형의 진취적 소녀 탄생시켜 최근 20여년 다닌 디즈니사 떠나 한국 돌아와 ‘토종 애니메이션’ 준비
김상진 감독의 사무실 곳곳엔 그가 제작에 참여한 캐릭터들이 놓여있었다. 디즈니에서의 커리어를 애니메이터로 시작한 감독은 ‘라푼젤’을 통해 본격적으로 캐릭터 디자인에 뛰어들었다. 감독이 들고있는 건 ‘모아나’에 등장하는 애완 돼지 ‘푸아’ 캐릭터 인형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저주받은 섬을 구하기 위한 소녀의 모험을 담은 디즈니의 신작 ‘모아나’의 탄생엔 한국인 캐릭터 디자이너의 역할이 컸다. 1995년 디즈니에 입사해 캐릭터 슈퍼바이저 자리에까지 오른 김상진 감독(58)이 주인공. 그는 ‘빅 히어로’(2015년) 땐 캐릭터 총괄 슈퍼바이저로, ‘겨울왕국’(2014년)과 ‘모아나’에선 캐릭터 디자이너로 참여해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만들어냈다.
24일 서울 성동구의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현실적인 소녀를 그려내기 위해 스무 살 된 딸의 아기 시절과 영화 속 모아나와 같은 열여섯 살 때의 사진까지 모두 뒤져가며 이미지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동글동글한 얼굴형과 둥근 코, 머리숱 많은 까만 머리카락, 탄탄한 팔과 다리로 역대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가장 ‘현실적’이라 호평받는 모아나 캐릭터는 그렇게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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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감독이 특히 제작에 많이 참여한 아기 시절의 모아나. 딸의 어릴 적 사진첩을 뒤져 가며 이미지를 완성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감독은 최근 선보인 영화의 연이은 흥행으로 한껏 고무된 디즈니 본사의 분위기도 전했다. “디즈니는 ‘제3의 황금기’를 누리고 있어요. ‘겨울왕국’과 ‘주토피아’에 이어 ‘모아나’까지 연이은 세계적인 흥행으로 내부에선 디즈니가 이젠 ‘픽사’의 아성을 뛰어넘은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거든요.”
감독은 모아나를 마지막으로 20여 년 다닌 디즈니를 퇴사하고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요샌 2018년 개봉을 목표로 ‘토종’ 애니메이션을 준비 중이다.
“최근 일본과 미국 애니메이션이 국내에서도 크게 흥행 중이죠. 그만큼 탄탄한 애니메이션 수요층이 있다는 얘기거든요. 언젠간 디즈니 동료들에게 ‘한국에서도 멋진 애니메이션 한 편이 나왔다’고 소개할 수 있었으면 해요. 이젠 제 커리어의 ‘마지막 무대’라는 생각을 갖고 한국 애니메이션 발전을 위해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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