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 강남구-西 서초구 ‘아름다운 경쟁’
지하철 강남역 주변 서울 강남대로는 왕복 10차로를 중심으로 양쪽의 거리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 강남구 관할인 동쪽에서 볼 수 있는 싸이 ‘포토존’(위쪽 사진)과 서초구 소관인 서쪽에서만 볼 수 있는 일회용 컵 모양의 재활용 분리수거함.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3일 오후 인파로 북적이는 서울 강남구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1번 출구. 친구와 나들이 나온 대학생 이지현 씨(21·여)는 길 건너편에 걸린 ‘서리풀 푸드트럭 존 오픈’이라는 현수막을 보고는 횡단보도를 건넜다. 서리풀 푸드트럭 존은 서초구가 1일부터 강남대로변 인도의 불법 노점상을 없애고 그 대신 떡볶이, 와플, 꼬치구이 등을 파는 푸드트럭 9대로 합법 영업을 하도록 마련한 공간이다. 11번 출구 쪽 인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다.
강남역사거리에서 신논현역사거리까지 800여 m 구간은 강남대로(한남대교 남단∼양재역)에서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상권으로 꼽힌다. ‘강남에서 만나자’고 할 때 자연스레 떠올리는 바로 그곳이다. 그런데 왕복 10차로를 기준으로 한강 쪽을 바라봤을 때 동쪽과 서쪽 인도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동쪽은 강남구, 서쪽은 서초구 관할. 두 자치구가 ‘강남의 주인은 바로 우리’라며 자존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초구도 뒤질세라 11번 출구 길 건너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 ‘서초관광정보센터’를 화려하게 만들고 외국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구 행정에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 중이다.
서초구는 2012년 3월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강남대로 서쪽을 금연거리로 지정했다. 그러자 강남구는 한 달 뒤 맞은편을 금연거리로 지정했다. 불법노점상 정비는 강남구가 먼저다. 강남구는 2014년 12월 인도의 불법 노점상을 없애고 그 자리에 행인이 쉴 수 있는 벤치를 만들었다.
노변 쓰레기통 모양도 다르다. 서초구는 2012년 강남대로변 기존 사각 쓰레기통을 치우고 일회용 컵 모양의 재활용품 전용 수거함을 비치했다. 강남구는 그대로다. 서초구는 ‘쓰레기통 제로’ 정책을 펴며 배출량 줄이기에 나선 반면 강남구는 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