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테흐스 사무총장 시대 개막
1일 정식 업무를 시작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해 12월 12일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한국인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이었던 반기문 전 총장(73·8대)과 그 후임인 안토니우 구테흐스 총장(68·9대)의 특징을 유엔 내부에선 이렇게 표현한다. 직업외교관 출신인 반 총장은 유엔 수장 1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권 도전에 나선 반면, 구테흐스 총장은 의원내각제 국가인 포르투갈의 총리(1995∼2002년)와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2005∼2015년) 경력을 토대로 유엔을 이끌게 됐다. 두 사람의 경로가 정반대인 셈이다.
1일 정식 업무를 시작한 구테흐스 총장이 반 전 총장과 눈에 띄게 다른 점은 메시지가 단순하면서 강렬하다는 점이다. 반 전 총장은 말꼬리 잡히지 않는, 신중하면서 모호한 외교적 수사(修辭)를 많이 구사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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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반 전 총장은 기후변화파리협정, 지속가능개발목표(SDG) 합의 등에선 성과를 보였지만 시리아 내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등 분쟁 해결 측면에선 적잖은 한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평화의 해를 만들겠다’는 구테흐스 총장의 새해 다짐은 반 전 총장이 남긴 미완의 과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란 해석이다.
구테흐스 총장의 분쟁 해결 노력과 관련해 주목받는 인물이 강경화 총장 정책특보(62·사무차장급). ‘유엔 최고위직 한국 여성’인 강 정책특보는 1일 전화 통화에서 “구테흐스 총장은 심각한 인권 유린, 내전이나 지역 분쟁의 문제가 심화되기 전에 유엔이 그 징후를 미리 발견해 경고하고 예방적 조치를 취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임무는 예방적 외교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 때문에 정책특보 자리를 신설했다는 설명이다.
구테흐스 총장은 강 정책특보 이외에도 유엔 사무국 2인자인 사무부총장에 아미나 모하메드 나이지리아 환경장관을, 총장 비서실장(사무차장급)엔 마리아 루이자 히베이루 비오치 독일 주재 브라질 대사를 임명하는 등 3대 핵심 요직에 전부 여성을 기용했다. 미 언론들은 “남녀 ‘50 대 50’의 양성평등 세상을 구현하고, 유엔 내 지역적 다양성을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전례 없는 인사로 보여줬다. 이 역시 정치인 출신답다”고 평가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유엔 고위직 45개 중 32개(71.1%)를 남성이 차지하고 있는데 내 1차 임기(5년) 안에 남녀 5 대 5 비율로 바꿔 놓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12일 취임 연설에서 유엔 내부 조직 개혁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같은 달 16일 유엔출입기자협회(UNCA) 송년 만찬 행사에 불참했는데 그 이유도 “평생을 사회주의자로 살았고 유엔에선 난민 문제를 다뤄 왔다. 나비넥타이를 매는 화려한 만찬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는 게 나의 소신”이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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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