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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지역경제혁신대상]쇠락한 ‘한국판 도클랜즈’ 울산 중구, 문화도시로 부활

입력 | 2016-12-21 03:00:00


 런던 중심부 도클랜즈(Docklands) 지역은 대영제국의 무역선들이 세계 전역으로 뻗어나가는 무역 중심지였지만 1960년대 도시 외곽에 대규모 신항만이 문을 열면서 순식간에 쇠락했다. 1980년대 들어 런던시는 죽어가는 이 지역을 살리기 위해 도클랜즈개발공사를 설립했다. 경전철을 짓고 주요 기업과 금융기관을 유치했다. 옛 항구의 분위기는 살려두면서 부두 창고 건물은 고급 아파트로 리모델링했다. 그러자 30년 만에 다시 인구는 두 배가 됐다. 도클랜즈 내 ‘카나리 워프’는 세계적 금융 중심지가 됐다.

 한국에도 도틀랜즈의 부활을 떠올리게 하는 지역이 있다. 조선시대 울산 읍성이 있었던 울산 중구다. 중구는 울산이 ‘한국의 공장’으로 성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지만 1980년대 이후 외곽지역에 들어선 중공업, 중화학공업 단지와 신도시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며 상권이 서서히 침체했다. 현재는 중구, 남구, 동구, 북구, 울주군 등 4개 구 1개 군 가운데 중구에만 공단이 없다. 또 소비 중심지로서는 태화강 건너 남구 삼산동 지역이 부상하면서 중구는 울산 내에서 점차 소외된 동네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었다. 2013년 박성민 중구청장은 전문가 3명을 채용하고 도시재생단과 도시재생지원센터를 만들어 본격적인 도시재생 사업에 나섰다. 먼저 전통 문화유적과 근현대 문화유산이 산재되어 있는 지역의 특징을 살려 문화관광 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시켰다. ‘문화가 숨쉬는 울산 중구’라는 슬로건을 도입했고 전담부서를 문화체육과에서 문화관광실로 격상시켰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4년에 걸쳐 옛 도심 일원 총 580m 구간에 H자 모양의 보행자 우선 거리를 조성했다. 골목길마다 얽힌 역사를 발굴해내고 노후 건축물 외관과 가로환경을 개선했다. 또 매년 10월에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왔던 줄다리기 축제 ‘마두희(馬頭희)’를 재현해 지역 대표 문화축제로 육성했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대규모 숙박업소 ‘학성여관’ 건물을 전시공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복원하는 작업도 지원하고 있다. 다양한 노력의 결과 구도심 일대에 커피숍, 갤러리, 음식점 등이 늘어나며 빈 점포는 35% 감소하고 유동인구는 5배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구민들의 직접 참여도 독려하는 것이 중구 도심재생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이다. ‘도시재생대학’을 운영하며 지역 주민을 ‘도시 닥터’로 육성해 주민들 스스로 지역 실정에 맞는 사업을 발굴하도록 하는 것이다.

 도시재생지원센터 개소 이후 2016년 11월까지 31개 타 지방자치단체에서 650여 명의 관계자들이 중구의 사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하는 등 울산 중구는 3년 만에 도시재생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한국판 도클랜즈’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제1회 대한민국 지역경제혁신대상 도시재생 및 부흥 분야에서 수상하게 된 것도 이런 공로 때문이다.

 박 구청장은 이번 수상에 대해 “도시재생 및 부흥 분야에서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고 울산 중구가 전국 최고의 모범적인 도시재생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 자랑스러운 마음과 함께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도 문화관광, 지역경제, 창조혁신을 큰 가치로 삼아 25만 중구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울산의 종갓집으로서 입지를 다져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