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최형우. 양재|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13일 ‘2016 타이어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렸다. 그런데 외야수 부문 수상자 최형우(33)는 소속팀이 KIA로 분류됐다. 올 시즌 내내 삼성에서 활약한 뒤 시즌 후 FA(프리에이전트) 계약으로 정작 골든글러브 수상 때는 “KIA 최형우”라 호명됐다. 여기서 불편한 진실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 이적 선수가 새 소속팀으로 골든글러브를 받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1993년 김광림과 한대화가 시초였다. 김광림은 그해 OB에서 활약한 뒤 11월 23일 쌍방울로 트레이드됐다. 해태 간판스타로 활약하던 한대화 역시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앞둔 12월 4일 LG로 이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12월 11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각각 새로운 팀인 쌍방울과 LG 소속으로 호명됐다.
당시 소속팀 기준을 놓고 설왕설래가 벌어졌다. “원래 활약했던 팀으로 해야 맞다”는 의견과 “이미 이적을 했으니 새 팀으로 하는 게 옳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그러나 “트레이드로 전 소속팀과 감정도 썩 좋지 않은데, 서로 꽃다발을 주고받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지 않느냐”는 현실론이 무게를 얻으면서 현 소속팀으로 표기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전통이라고는 하지만, 새삼스럽게 해묵은 논란을 끄집어내는 것은 그대로 두기에는 여러 가지 불편한 시선과 부작용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활약한 팀과 상 받는 팀이 다른 상황에 대해 납득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최형우가 올 시즌 활약한 삼성 소속으로 골든글러브를 받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고 합리적이라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꽃다발을 주고받는 문제는 지엽적인 문제다.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형평성이다. 올해 골든글러브만 하더라도 최형우는 KIA 소속으로 받는데, 1루수 부문 에릭 테임즈는 NC 소속으로 받았다는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다. 테임즈 역시 최형우처럼 다른 팀(메이저리그 밀워키)으로 이적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밀워키 테임즈”로 호명돼야 맞다. 또 투수 부문의 더스틴 니퍼트는 현재 두산과 재계약이 되지 않아 무적 신분이다.
밀워키에 입단한 테임즈(가운데). 사진제공|밀워키 브루어스 트위터
그러다보니 역대 골든글러브 집계도 오류투성이다. 삼성은 올해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없는 구단으로 분류됐다. 그렇다면 NC도 삼성처럼 골든글러브를 배출하지 못한 구단이 돼야 옳다는 의미다. 두산 역시 아직 계약하지 않은 니퍼트를 제외하고 3명이 황금장갑을 받은 것으로 집계해야한다.
내년부터 시즌 후 이적한 골든글러브 수상자라도 그 해 활약했던 팀으로 수정하는 것은 어떨까. “이미 굳어져버린 전통이라 어쩔 수 없다”는 주장도 일리 있지만, 모순을 야기하고 역사의 왜곡을 부추기는 원칙 없는 잣대는 지금이라도 수정되는 편이 낫다. 과거엔 골든글러브를 수상할 정도의 선수가 시즌 후 이적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었지만, 이젠 FA를 포함해 시즌 후 팀을 옮기는 일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 앞으로 외국 리그로 진출하는 선수들 사례도 더 많아질 수 있다. 과거의 기록은? 앞으로 만들 연감부터 수정하면 될 일이다. 현재로선 전통을 따르는 것이 더 큰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