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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장간 주먹질… 44분 늦게 여객기 몰게 한 아시아나

입력 | 2016-12-05 03:00:00

기장 만류에도 몸싸움… 경찰 출동… 뉴욕行 승객들 영문 모른채 대기
1명은 그대로 운항 투입 논란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안에서 부기장끼리 주먹질을 하고 싸워 이륙이 지연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특히 폭행 사태 후 불안한 심리상태였을 부기장을 그대로 운항에 투입한 항공사의 안전불감증까지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4일 아시아나항공과 인천국제공항에 따르면 사건은 2일 오전 11시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뉴욕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던 OZ222편에서 발생했다. 이날 오전 9시 40분경 여객기 안 승무원 휴식공간(일명 ‘벙커’)에서 대기 중이던 부기장 김모 씨와 박모 씨는 서로 언쟁을 벌이다가 급기야 주먹으로 치고받기 시작했다. 언쟁을 벌인 이유는 현재 조사 중이다.



 기장이 달려와 두 사람을 떼어놓으려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고 공항 내 사무실에 있던 아시아나항공 안전운항팀장이 온 뒤에야 이들을 말릴 수 있었다. 인천공항경찰대도 정황을 파악하고 보안담당 경찰관이 여객기 안에 들어와 현장을 조사했고, 사안이 경미한 것으로 판단해 그냥 돌아갔다.

 김 씨와 박 씨는 모두 공군 조종사 출신의 부기장이다. 난투극 뒤 안전운항팀장은 두 사람을 기내에서 10분간 면담했고, 이후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한 다음 공항 사무실에서 2차 면담을 진행했다. 김 씨는 박 씨에게 맞은 부위의 통증을 호소해 공항 의무대에서 치료를 받다가 “큰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겠다”며 인하대병원에 입원했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이 별다른 조치 없이 박 씨를 다시 비행에 투입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박 씨가 비행에 문제가 없다는 의사를 스스로 밝혔고 이들을 면담한 팀장도 그렇게 판단했다”며 “입원한 김 씨를 대체할 대체부기장 1명을 투입하는 선에서 조치했다”고 말했다.

 오전 11시에 이륙할 예정이던 여객기는 소동 때문에 44분 늦은 11시 44분에 이륙했고 승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대기해야 했다. 뉴욕 공항에도 도착 예정 시간보다 20분 늦게 도착했다.

 해당 여객기는 아시아나항공의 최신 항공기 A380으로 총 495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날 탄 승객은 275명이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뒤늦게 “진상 조사를 한 뒤 두 부기장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고 그때까지 비행에서 제외할 것”이라며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승객들께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은택 nabi@donga.com / 인천=박희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