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중턱에 6만5340평 규모 숲 울창 1920년대 조성… 7000그루 자라 높이 20∼25m, 밑동 둘레 3m 달해 수령 80년 안팎 삼나무도 2000그루
전남 고흥군 봉래면 외나로도 바닷가에 자리한 봉래산은 다도해 절경 이외에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편백나무 숲이 있다.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된 이 편백나무들은 수령 90년 정도로 밑동 둘레가 3m에 이른다. 고흥군 제공
남녘 끝자락 전남 고흥군 봉래면 외나로도 바닷가에는 봉래산(410m)이 있다. 봉래산 정상에 오르면 아름다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풍광과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서는 또 확 트인 바다 위에 놓인 고흥의 거금도, 소록도 등은 물론이고 여수 돌산도, 금오도 등까지 볼 수 있다.
봉래산은 다도해 절경 이외에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편백나무 숲이 있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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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봉래산 숲에는 수령 90년 안팎의 편백나무 7000그루와 수령 80년 안팎의 삼나무 2000그루가 자라고 있다. 편백나무는 높이 20∼25m이고 밑동의 둘레는 3m에 달해 어른조차 양팔로 나무를 껴안을 수 없는 아름드리 나무다.
하늘을 향해 자라는 편백나무 특성상 숲에 들어서면 울창한 원시림 느낌이 든다. 편백나무는 피톤치드 성분을 많이 뿜어낸다. 피톤치드는 나무가 해충, 병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자연 항균 물질로 스트레스 해소, 심폐 기능 강화, 살균 효과가 있다. 명종필 고흥군 산림경영 담당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편백나무 숲답게 나무뿌리가 땅 위로 올라와 있다”며 “일제강점기에 편백나무 시험림으로 조성됐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고흥군은 봉래산 편백나무 숲이 산림청으로부터 국가 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받았다고 30일 밝혔다. 산림청은 생태, 경관, 역사적으로 보전 가치가 큰 산림을 국가 산림문화자산으로 보전하고 관광자원화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보탬을 주고 있다. 전국적으로 국가산림문화자산은 18곳이 있지만 편백나무 숲이 지정된 것은 봉래산이 유일하다.
봉래산 등산 코스는 정상까지 가려면 3∼4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산 중턱에 있는 편백나무 숲만 거닐고 싶다면 1시간 반짜리 등산코스를 이용하면 된다. 편백나무 원시림을 통과하려면 도보로 40분 정도 소요된다. 곽정아 고흥군 문화관광해설사(50·여)는 “10여 년 전 심어진 편백나무와 삼나무를 세면 봉래산에 2만 그루 정도가 분포하는 것 같다”며 “등산객들은 봉래산 편백나무 향기가 다른 곳에 비해 진하다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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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래산 인근 고흥군 영남면과 점암면에 걸쳐 있는 팔영산(609m)에도 수령 30여 년이 된 편백나무 32만 그루가 있다. 팔영산 편백나무 숲 416ha는 11∼15m 높이의 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팔영산 편백나무 숲은 2∼5km에 달하는 숲길 8개가 있어 등산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계한 전남대 산림자원학과 교수는 “편백나무는 수백 년을 사는데 계속 피톤치드를 뿜어내는 만큼 산림자원으로 지속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