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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카페]‘1인 지배’ 강화하는 시진핑 시대 ‘좋은 정치’를 위한 지식인의 제언

입력 | 2016-11-28 03:00:00

위커핑의 ‘선한 정치를 향하여’




 중국 베이징(北京)대 정부관리학원 위커핑(兪可平) 원장(학장 격)이 지난달 ‘선한 정치를 향하여(走向善治·사진)’라는 260쪽 남짓의 작은 책을 내놨다. 이 책은 지난 2, 3년간 공산당 간부 최고 교육 양성기관인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와 학술지, 언론 등에 발표된 글을 모은 것. 그는 자신의 정치 이상을 담았다고 밝혔다.

 이 책 출간이 세간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가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정치 브레인’이었다는 점, 그리고 후 전 주석의 계파인 공산주의청년단 계열에 대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압박이 어느 때보다 강한 때라는 시기적인 특징 때문이다.

 위 원장이 2006년 공산당 중앙당교의 기관지인 ‘학습시보’에 발표한 ‘민주주의란 좋은 것’이란 글은 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사람들이 멋진 집과 자동차를 가져도 민주적 권리가 없다면 인간의 존엄성을 완전히 누린다고 할 수 없다”며 민주주의 전도사로 나섰다. 그는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시민사회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공산당 일당 지배 옹호를 위한 것이라는 전제가 있었지만 중국에서 서구 민주주의와 시민사회를 공개적으로 다루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는 2012년 3월에는 ‘민심을 경외하라(敬畏民心)’라는 책도 펴냈다.

 후진타오 시대가 끝나고 2012년 11월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시민사회에 대한 대학 강의가 금지되는 등 사상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위 원장은 지난해 10월 20년가량 근무했던 당 산하의 편역국에서 베이징대로 돌아왔다. 그는 대학으로 돌아오면서 “현실 정치에 대한 관심에서 눈을 돌려 정치학 이론과 역사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가 대학으로 돌아간 뒤 1년 정도 지나 ‘선한 정치를 향하여’라는 책을 펴낸 지금은 시 주석 정부하에서 사상 통제와 공청단파에 대한 압박이 커지는 시기여서 책을 펴내는 것만으로도 어떤 메시지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시각을 의식한 듯 그는 매우 신중하다. 서문에서 자신이 대학으로 돌아온 뒤 현실 문제에 대해 토론 강연하거나 저작을 발표하지 않으려 했으나 “정계 학계 특히 언론계 등의 많은 친구들이 거듭 요청해 책을 내게 됐다”고 설명한다. 그는 내용에서도 “순수 정치 철학이나 중국 정치사 연구 등에 모든 정력을 쏟았다”며 현실 정치에 대한 관련성을 차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전하려는 정치적 이상은 ‘선정 법치 민주 안전’ 등 4가지가 실현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선정’이란 영미권의 ‘좋은 정부(good governance)’와 비슷하다며 반드시 갖춰져야 할 8가지 요소를 제시했다. 민주 책임 봉사 품질 효용 전문성 투명성 그리고 청렴함이다. ‘민주’는 국민의 정치적 권익을 확대하는 것으로 다양한 차원의 관리 선발에서의 경쟁 도입, 당내 민주주의를 넘어 사회주의로의 지향, 기층에서 상층으로 민주 확대 등을 제시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안전’으로는 ‘인신 안전’을 꼽고 식품 환경 안전 등도 포함시켰다.

 그는 첫 장에서 ‘통치와 관리(治理)’를 대비하면서 현대국가의 원리로 ‘민주관리’를 제시하며 정부 외에 사회 및 주민자치 조직 등도 국가 관리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점차 1인 지배체제가 강화되는 시 주석 정부에 대한 한 지식인의 작은 몸짓으로 보인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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