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協 관계자들 잇단 증언 2013년 성폭행 혐의로 고소 당해… 檢, 증거불충분 이유 불기소 처분 피해자 “난 한번도 안부르고 종결”… 사건무마뒤 해당감독 獨서 정씨 지도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구속)의 딸 정유라 씨(20)를 독일 현지에서 지원하기 위해 파견됐던 훈련 책임 감독이 2012년 10대 여자 선수를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지만 형사처벌이나 협회 징계조차 없이 사건이 마무리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복수의 대한승마협회 관계자가 “최 씨와 밀접한 관계에 있던 승마협회 간부가 주도적으로 사건을 은폐했다. 해당 감독은 사건이 무마되자 독일로 급히 파견돼 정 씨를 지도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예상된다.
16일 정치권과 승마협회 전현직 관계자 등에 따르면 2013년 2월 실업팀 감독 출신 A 씨는 10대 승마 선수 B 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2012년 2월 A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B 씨는 고민하다가 1년 뒤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A 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 또한 기각돼 A 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 B 씨는 “누군가 수사기관에 압력을 넣었는지 검찰이 피해자인 나를 한 번도 부르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며 “승마협회 간부들도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수없이 내게 전화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승마협회는 B 씨가 A 씨를 고소한 사실을 알고도 징계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체육계 관계자는 “지도자가 제자인 10대 선수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나면, 성폭행이 아니라도 자격정지 등 자체 징계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승마협회 상벌위원회가 두 차례나 A 씨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하려 했지만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당시 상벌위원장이었던 김모 씨는 “처음엔 수사 중이란 이유로, 두 번째엔 수사가 끝났다는 이유로 협회에서 징계 보류 지시가 내려왔다”며 “상벌위원회는 위계에 의한 성폭행으로 판단했지만 윗선에서 처벌을 막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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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박 전 전무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한때 오른팔 역할을 한 인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박 전 전무가 실세인 최 씨를 통해 자기 사람인 A 씨를 구제한 뒤 정 씨의 독일 현지 훈련 감독으로 기용되도록 도왔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A 씨는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2013년 9월경 도피성 파견으로 독일에 나간 뒤 1년 반가량 머물렀고 정 씨를 지도했다. 하지만 올해 초 독일에서 최 씨와 사이가 나빠지면서 동지가 아닌 적이 됐다. 최 씨가 성폭행 고소 사건과 관련해 A 씨를 협박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가운데 최근 A 씨는 최 씨의 독일 행적과 재산 해외 도피 정황을 언론에 폭로하고 있다.
A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B 씨가 나를 만나기 위해 계속 찾아오고 안 만나주면 자살하겠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절대 성폭행 사건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B 씨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까지 검찰에 제공했다”며 “오죽하면 거짓말탐지기 조사까지 받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 대한승마협회 정유라 특혜 의혹
― 2012∼2015년 서울 청담고 재학 시절 승마 관련 출결 인정 공문 제공
― 2014년 6월 인천 아시아경기 대표 선발전에서 심판들의 편파 판정으로 정 씨를 대표로 선발
― 2015년 9월경 승마협회가 최순실 씨 모녀 소유 비덱스포츠(옛 코레스포츠)를 스포츠컨설팅 회사로 추천해 회장사 삼성이 35억 원 컨설팅 계약 체결하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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