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보다 요금 최고 15% 저렴… 우대혜택도 4단계로 늘려 좌석 무릎공간 확대 등 승차감 좋아… 연계교통망 확대는 숙제
서울 수서에서 출발하는 고속열차인 SRT가 다음달 초 정식 개통된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KTX보다 부산까지 6분이 단축된다. ㈜SR 제공
이 씨의 사례는 다음 달 초 개통하는 수서발 고속열차 SRT가 가져올 변화를 예상한 시나리오다. SRT의 등장으로 서울 강남과 강동, 경기 동남권의 교통문화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속철 시장이 KTX 독점 체제에서 SRT와의 경쟁 구도로 바뀌면서 열차도 고객 입맛에 맞춰 골라 타는 시대가 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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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nology(첨단 기술)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SRT는 전 구간이 고속철도로 건설됐다. 이 덕분에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KTX와 비교해 부산행은 6분, 목포행은 14분 단축된다. 역까지 닿는 시내 이동 거리를 감안하면 서울 강남과 강동 거주자의 실제 소요 시간은 더 줄어든다.
요금은 KTX 대비 평균 10%, 최대 15% 낮다. SRT 운영사인 ㈜SR는 4단계 회원등급제를 도입해 등급에 따른 우대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편의시설 수준도 한 단계 높였다. 좌석의 무릎 공간이 KTX-산천보다 57mm, KTX 대비 75mm 길어졌다. 또 전 좌석에 인체공학적 슬림핏 시트를 적용하고, 전원 콘센트와 시력 보호를 위한 미색 LED 조명을 설치했다.
특실에는 국산 철도차량 최초로 항공기식 밀폐형 선반을 장착하고 100MB(메가바이트) 용량의 무선인터넷(일반실 50MB)을 제공한다. 아울러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휴대전화로 승무원을 호출하고, 열차 출발·도착 알림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열과 연기를 동시에 감지하는 화재경보장치를 도입하는 등 안전설비도 대폭 보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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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환 ㈜SR 대표이사는 “승객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고속열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가격, 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고객의 수요에 부합하는 철도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며 “얼마 남지 않은 개통과 운영 준비에 만전을 기해 승객들이 믿고 타는 SRT가 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남부 교통량 분산, 생산유발 9조5000억 원
SRT는 KTX가 책임져 온 고속철도 수송 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추진돼 왔다. KTX로 인해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 됐지만 서울∼시흥 간 경부선의 선로 용량이 부족하고, 열차가 서울역과 용산역에 집중되면서 안전 문제도 대두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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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동탄신도시나 평택에서 강남까지 20분대에 닿을 수 있어 강남권 출퇴근 여건도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지역의 자동차 수요가 철도로 일부 대체됨으로 인해 경부고속도로 동탄∼오송 구간의 교통량도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도로교통량 1% 감소는 연간 18억5000만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연계교통망, 주차장 확대는 숙제
전문가들은 SRT의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그에 따른 기반시설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 핵심은 역사(驛舍) 접근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현재 규모로는 SRT 개통 후 늘어나는 교통량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동탄역과 지제역은 노선버스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연계교통 부족으로 인한 불편은 고스란히 열차 이용객들에게 돌아가는 만큼 해결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한때 ‘유령 역사’로 불렸던 광명역의 문제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정부도 이런 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인프라건설에 관련된 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많은 데다 각각의 권한이 제한돼 있어 협업 체계를 가동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SR 관계자는 “서울시와 강남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와 인프라 구축을 위한 협조를 도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