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대책 이후 시장 변화
청약규제를 강화하는 11·3 대책이 발표된 이후 강북 지역의 소형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노원구 상계동 일대 아파트단지. 동아일보DB
11·3 대책이 강남 재건축 시장에 찬물을 끼얹자 투자자들의 눈길이 강북지역 소형 주택으로 향하고 있다. 규제 여파가 비교적 덜할 것 같은 지역으로 수요자들이 ‘피난 투자’에 나서는 모양새다. 강남권에서 시작된 투기 수요가 비(非)강남권 일반 아파트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강북으로 향하는 ‘피난 투자’ 행렬
이 지역들은 정작 올해 초 시작됐던 부동산시장 활황기에는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노·도·강 아파트의 3.3m²당 매매가 상승률은 각각 0.3∼1.4%에 그쳤다. 이 기간에 강남·서초구 아파트값은 4.7%, 2.0%씩 뛰었다.
하지만 강남권 시장을 겨냥한 11·3 대책이 두 지역의 분위기를 바꿨다. 이 대책은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강남4구(강남3구 및 강동구)의 경우 입주 시점까지로, 서울 나머지 지역은 18개월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재건축 아파트가 많은 강남권에는 큰 악재로 작용한 반면 강북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노원구 상계·중계동과 도봉구 창동 일대 주공아파트, 강북구 미아동 래미안 트리베라 등에서는 지난 주말 동안 호가를 1000만 원 이상 높인 매물들이 나왔다. 중계동 써브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 지역 소형 주택 수요자의 절반은 투자자이다”며 “신규 분양이 드문 지역이어서 11·3 대책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 “‘풍선효과’ 겨냥한 추가 규제 가능성”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제가 서울 전역에 도입된 2006년에도 강남 집을 팔고 강북 아파트 여러 채를 사들이는 사람이 많았다”며 “강북 일반 아파트가 11·3 대책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풍선 효과를 기대하고 섣불리 비강남권 아파트를 사들이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많다. 시장의 과열 양상이 수그러들지 않을 경우 정부가 추가적인 규제를 내놓을 수 있는 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시장 분위기를 이끌던 강남권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강북 일부 지역만 활황세를 오래 지속하기는 힘들다”며 “정부가 투기 억제 의지를 확실히 밝힌 만큼 수요자들은 신중하게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