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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청와대 제 집처럼 드나든 최순실, 대통령은 왜 숨겨야 했나

입력 | 2016-11-02 00:00:00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정권 출범부터 최근까지 안봉근 당시 대통령제2부속비서관의 차량을 타고 청와대를 수시로 출입했으며 관저에서 숙박까지 했다는 채널A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 제2부속실 이영선 행정관이 청와대 소유의 차량에 최 씨를 태우고 장관급 이상만 출입하는 청와대 정문을 검문검색도 받지 않고 수없이 다녔다는 한겨레신문 보도도 있다. 이 행정관은 서울 강남의 비밀 의상실에서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옷을 고를 때 휴대전화를 자신의 와이셔츠에 닦아 건넸던 공직자다. 이철성 경찰청장도 어제 국회에서 “청와대 차량이 청와대 본관에 가는 것은 검문하지 않는다”고 말해 이 같은 보도를 사실상 인정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사람을 포함해 국민을 감쪽같이 속였다는 점이 경악스럽다. 지난달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원종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은 최 씨 출입설에 대해 “본 일도, 들은 일도 없다. 내가 아는 한에는 없다”고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정윤회 비선 실세 의혹’이 불거진 2014년 12월 7일 새누리당 지도부를 청와대에 초청해 “친인척 중 한 명도 청와대로 들어온 적이 없다. 청와대에 실세가 없으니까 (내가 키우는) 진돗개가 실세라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최 씨가 도대체 누구이기에 비서실장도 허수아비로 만들며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 부인을 보좌하는 제2부속실에서 최 씨의 시중이나 들게 했단 말인가.

 청와대는 어제 “전혀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이 수없이 양산되면서 외신들까지 받아쓰고 있다”고 언론을 비판했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이다. 박 대통령이 “주로 연설·홍보 분야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했던 대국민 사과도 거짓말로 드러났다. 대체 최 씨의 국정 농단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어 국민이 ‘집단 울분’에 빠졌다는 정신과 의사들의 진단이 나오는 판이다. 국민이 납득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니 온갖 루머가 돌아다니는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는 박 대통령이 최 씨를 청와대에 출입시키며 힘을 실어 주었기에 가능했다. 박 대통령은 원로들을 만난 자리에서 “제가 사교(邪敎)를 믿는다는 얘기까지 있더군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늘 법과 원칙, 애국심을 강조했던 박 대통령이 도대체 최 씨와 아버지 최태민 씨에게 어떤 빚을 졌기에, 또 무슨 약점을 잡혔기에 이처럼 어처구니없이 휘둘린 것인가. 대통령의 사생활일지라도 그것 때문에 온 국민이 충격과 자괴감에 빠지고 국정이 마비될 지경에 이른 만큼 박 대통령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야 한다. 이것도 최 씨에게 물어볼 참이라면 남은 임기가 무슨 소용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