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SK 2군 감독 김경기. 사진제공|SK 와이번스
수년간 SK에 몸담았던 코치들이 자의 혹은 타의로 유니폼을 벗고 있다. ‘제로베이스’나 ‘새 출발’ 혹은 ‘혁신’과 ‘체질개선’이라는 미명 아래 프랜차이즈 코치들마저 팀을 떠나고 있다.
SK는 KBO리그 역대 2번째 외국인감독 체제에 맞춰 코칭스태프 개편을 단행 중이다. 감독 선임이 늦어지면서 팀을 떠난 코치들부터 뒤늦게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코치들까지 총 8명의 코치와 결별이 확정됐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직접 지휘할 1군은 물론, 구단 시스템에 따라 육성에 초점을 맞춘 2군 모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시즌 종료 후 감독 선임이 지체되면서 김상진 2군 투수코치를 시작으로, 김원형 1군 투수코치가 각각 삼성과 롯데로 옮겼다. 투수 파트 2명의 메인코치 모두 불확실한 미래 속에 친분이 있던 감독들의 러브콜로 구단과 결별을 선택했다.
코치들은 원래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부 코치들이 계약금을 받고 다년계약까지 하면서 팀을 옮기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스타 코치들에 한정된 얘기다. 성적이 부진할 경우 ‘책임론’에 의해 가장 먼저 목을 내놓는 게 코치들이고, 감독이 교체될 때마다 ‘운명공동체’로 같이 잘려나가는 게 그들의 운명이다.
그래도 SK는 프랜차이즈 출신, SK 혹은 인천 연고로 활약해온 지도자들을 중용해왔다. 감독 교체와 무관하게 한 팀에서 ‘연속성’ 있게 지도하는 것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구단 최초로 외국인감독 체제가 시작되면서 이 구도에 금이 갔다.
오랜 시간 몸담았던 SK를 떠나는 코치들도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모 코치는 “그동안과 달리 감독 선임이 늦어지면서 코치들에게 별다른 통보가 없었다. 일자리가 달린 상황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얘기가 빨리 나오지 않아 먼저 팀을 떠난 코치들이 나왔다”고 털어놨다.
SK에서만 지도자 생활을 해온 ‘프랜차이즈 코치’들에겐 더욱 박탈감이 클 수 있다. 다른 한 코치는 “감독 선임이 늦춰지면서 이렇게 된 것 같다. 감독이 누가 되든 큰 변동 없이 현재 선 안에서 가는 분위기로 보였다”며 “성적 나쁜 팀 코치들은 시즌 막판에 목덜미가 서늘해진다는 말을 하는데 이런 일을 처음 겪었다”고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