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냉전: CIA와 지식인들/프랜시스 스토너 손더스 지음/유광태, 임채원 옮김·776쪽/3만7000원·그린비
미국 중앙정보국(CIA) 문화 선전전의 핵심이었던 마이클 조셀슨(왼쪽)과 세계문화자유회의의 ‘간판’ 인 작곡가 니콜라스 나보코프와 그의 아내 마미클레르. 그린비 제공
그런데 이 책은 왠지 쓰윽 빠져들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CIA의 첩보전을 관람하는 재미는 없지만, 이들이 얼마나 치밀하고 넓게 그물망을 짜 왔는지를 엿볼 수 있다. 음모론에나 나오던 얘기가 진짜 현실이었던 거다.
영국 독립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역사학자인 저자가 특히 주목한 인물은 마이클 조셀슨. 에스토니아 유대인 출신으로 미군이 된 그는, CIA에 합류한 뒤 서구의 문화 선전전을 총괄하는 책임자로 성장한다. 그가 주도해 만든 민간단체가 ‘세계문화자유회의’(1950∼67년)다. 세계 35개 지부(한국에도 있었다)를 둔 이 단체는 수많은 세미나 전시회 음악제를 개최했다.
요즘 시국에 이런 얘기가 관심을 끌까. 21세기 한반도에선 더한 일도 벌어졌는데. 그나마 CIA는 그들 나름대로 정당성을 갖추고 주도면밀하기라도 했건만.
정양환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