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대기업 공채시즌 돌입… 입사시험 경향과 특징
《 ‘1443년(세종 25년) 세종대왕님께서 한글을 창제하실 때의 상황과 연계하여 한글 창제가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서술하십시오.’ 9일 현대자동차 하반기 입사 시험에 또 까다로운 역사 에세이 문제가 출제됐다. 최근 대기업 입사 시험에 역사 관련 문항이 앞다퉈 도입되고, 비중도 커지고 있는 흐름이 올해도 이어진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지난달 ‘2016년 500대 기업 신규채용 계획’ 조사 결과 국내 500대 기업 중 약 절반(48.6%)이 전년 대비 신규채용 규모를 줄이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한국사 역량은 올해도 일부 기업에 취업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 한국사 역량 평가 기업 늘어
LG그룹이 8일 전국 14개 고사장에서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인·적성 검사를 진행했다. LG그룹 채용 지원자들이 서울 동작구 대방동1길 서울공업고등학교에 인·적성 검사를 보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LG그룹 제공
지난해 하반기 공채부터 학점 제한을 없앤 삼성그룹은 16일 직무적합성평가를 통과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Global Samsung Aptitude Test)를 본다. 삼성 관계자는 “16일 진행하는 올해 하반기 GSAT에도 10% 안팎의 한국사 관련 문제가 출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그룹도 23일 인·적성 검사인 SK종합역량평가(SKCT)를 진행한다. 인지역량과 실행역량, 심층역량, 한국사 등 영역에서 총 460문항을 출제할 예정이다. SK그룹은 하반기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100여 명 늘어난 1600여 명을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8일 인·적성 검사를 진행한 GS칼텍스도 시대별 왕 이름을 묻는 문제를 출제했다. GS그룹의 그 외 계열사들은 면접 등을 통해 역사 인식에 대해 묻는다.
○ 좁아진 취업문, 지원자 부담은 커져
경기 악화로 인해 취업문은 가뜩이나 좁아졌는데 주요 기업별 인·적성 검사 특징은 달라지고, 한국사 등 새로운 영역 비중도 늘어나면서 취업준비생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전경련 조사 결과 전년 대비 신규채용 규모를 줄이겠다고 밝힌 기업들은 ‘국내외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52%) ‘회사 내부 상황으로 신규채용 여력 감소’(32.4%) ‘정년 연장으로 퇴직자가 늘어 전체 채용규모 감소’(9.8%) 등을 채용 감소 이유로 꼽았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