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 르노삼성자동차 ‘SM6 dCi’
르노삼성자동차의 SM6 dCi와의 동행이 시작됐다.
시작은 위기였다. 경기 북부 쪽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이동해 중부고속도로에 차를 올리기 전까지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아무래도 연휴를 맞아 떠나는 차량이 많은 탓이었을 거다. 첫 1시간 주행 동안의 연비는 L당 16km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수준이었다.
다시 연비 얘기로 돌아와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지나 대구에 도착했을 때까지의 평균 연비는 L당 19.4km에 이르렀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목표 달성도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부산에 도착하면서부터 다시 일이 꼬였다. 부산 시내로 접어들면서 꽉 막힌 도로에 갇히자 닿을 듯 말 듯하던 L당 20km 고지는 점차 멀어져갔다. 오토스타트 기능은 다소 고개가 갸우뚱했다. 정차 중일 때 꺼진 시동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지도 않았는데 다시 켜지는 경우가 여러 번이었다.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은 크게 거슬리지 않으면서 금방 알아차릴 만큼 ‘딱 알맞은’ 경고음이 마음에 들었다. 핸들 떨림 같은 것보다 소리가 오히려 나은 것 같다.
여하튼 부산 해운대구의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스코어는 19.1km/L. 아직 실망하기는 일렀다. 애초 왕복하기로 했으니까. 연료 계기반을 보니 가득 채워 출발한 연료 중 절반은 남은 듯했다. 추가 주유 없이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단 뜻이다.
돌아오는 길은 훨씬 순탄했다. 막히는 길도 많지 않았고 시간 여유가 있어 속도를 끌어올릴 이유도 없었다. 중부고속도로 상행선을 지나 올림픽도로로 들어섰다. 그리고 얼마 뒤 에코 모드에서 계기반에 나오는 연비가 20.0km/L을 가리켰다. 아무래도 시속 100∼120km로 달리는 고속도로보다 70∼80km 정도의 도심고속화도로가 연비에는 더욱 유리한 듯했다.
최종 스코어는 20.4km/L로 목표 성공. 925.2km를 달리는 동안 결국 주유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같은 SM6지만 1.5L급으로 다운사이징한 디젤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훌륭한 연료소비효율이다. 최고출력(110마력), 최대토크(25.5kg·m) 모두 기본 모델에 비해 떨어지는 게 사실. 그래도 1000km 가까이 달리는 동안 도심의 언덕이나 고속도로 고속주행 구간에서 힘이 모자란다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았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