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옥 납치 다룬 ‘연인과 독재자’… 9월 22일 한국 필두로 美英日서도
다큐멘터리 영화 ‘연인과 독재자’ 속 한 장면. 영화에는 신상옥, 최은희 부부가 김일성, 김정일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대목이 담겨 있다. 엣나인필름 제공
북한 김정일이 1978년 납북된 고 신상옥 감독과 배우 최은희 씨 부부와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특히 첫 문장에서 김정일이 이 부부의 납치를 직접 지시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 달 22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연인과 독재자’에는 이 같은 김정일의 육성이 담겨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정일의 육성이 담긴 부분은 전체 98분 러닝타임 중 4분 남짓으로 주로 김정일이 부부를 납북한 이유와 소회 등을 얘기한 것이다. 신 감독 부부는 북한으로 납치된 후 북한 영화를 찍는 과정에서 김정일과 만날 때마다 목숨을 걸고 몰래 내용을 녹음했다.
영국 출신 로버트 캐넌 감독은 “몇 개의 녹음 파일은 외부에서 우리가 직접 찾을 수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내용이었던 신 감독과 김정일이 비밀리에 나눈 대화 내용은 얻는 데까지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 부부의 납북 사건은 한때 ‘자진 월북설’까지 제기되며 논란이 많았다. 영화와 연극에 관심이 많았던 김정일은 영화산업에 주력했지만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자 1978년 이들을 납치했다. 납북된 두 사람은 북한에서 신필름영화촬영소를 세우고 ‘돌아오지 않는 밀사’ ‘소금’ 등 17편의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이들은 1986년 해외 촬영을 위해 오스트리아 빈에 갔다가 미국대사관을 통해 탈출했으며 미국에서 머물다 1989년 한국 땅을 밟았다.
지난해 제작된 이 영화는 올해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와 제32회 선댄스영화제 등 세계 유명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을 얻었다. 23일 영국과 미국, 24일 일본에서도 개봉된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