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조절 장애를 앓던 이모에게 맡겨진 세 살배기 조카가 두 달 동안 악몽 같은 학대에 시달리다 결국 숨을 거뒀다. 피해 아동의 학대사실을 친어머니는 물론 이웃과 어린이집, 치료를 담당했던 병원 등 누구도 몰랐다.
11일 전남 나주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3세 조카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모 씨(25·여)는 정신과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약을 복용하고 있다. 경찰은 최 씨의 정확한 정신질환 증세를 확인 중이다.
최 씨는 지난해 10월 나주의 한 아파트에서 자살을 시도하려다 출동한 경찰관에 제지된 바 있다. 최 씨의 한 친척은 “그가 수차례 자살을 시도해 119와 경찰관이 출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불안한 심리상태를 보이던 최 씨는 6월부터 조카를 혼자 양육했다. 언니(27)는 돈벌이를 위해 충북에 있는 공장에서 일했다. 언니는 동생에게 “애를 잘 돌봐 달라. 양육할 수 있는 여건을 빨리 만들어 데려 가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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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씨는 10일 오후 3시경 자택 안방 침대 밑에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며 조카의 목을 졸랐다. 그는 이후 조카를 욕실로 데려가 목을 씻기던 중 구토를 하자 물이 담긴 욕조에 머리를 5차례 밀어 넣었다. 최 씨는 119에 신고해 조카를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이미 숨진 상황이었다.
조카 시신을 부검한 결과 목 주변(설골)에 출혈이 있었다. 또 뇌와 콩팥 배에 출혈이 있고 머리에 충격을 받은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은 최 씨에 대해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어린이집, 병원 등이 조카의 아동학대 사실을 몰랐는지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어린이집 등에서 아동학대 정황을 알면서 신고하지 않았다면 처벌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나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