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
‘등목, 등물, 등멱, 목물.’ 엇비슷하게 입길에 오르내리는 말들이다. 그런데 이 중 하나는 여전히 푸대접을 받고 있다. 북한에서는 문화어지만 남한에선 표준어가 아니다. ‘등멱’이다.
한데 이상하다. 입말로 보나, 맞춤법으로 보나 등멱이 표준어가 아닐 까닭이 없어 보인다. ‘등+멱’의 구조인데, ‘멱’은 ‘미역’의 준말이다. 미역은 ‘냇물이나 강물 또는 바닷물에 들어가 몸을 담그고 씻거나 노는 일’이다. 그러니 집에서 간단히 등을 씻는 것을 ‘등멱’이라고 해서 문제될 게 없을 듯하다. 둘 다 표준어인 ‘담’과 ‘벽’을 합친 ‘담벽’이 여태껏 비표준어인 것과 비슷하다. ‘등물’을 보더라도 등멱을 표준어로 삼지 못할 까닭이 없다. ‘등물’도 한동안 ‘목물의 잘못’이라 했다가 언중의 말 씀씀이를 받아들여 표준어가 됐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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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 ‘윗’ ‘위’의 쓰임새를 쉽게 구분할 순 없을까. ‘웃’으로 발음되는 말이더라도 위아래가 대립되는 말은 ‘윗’으로만 적고(윗니, 윗목), ‘웃’으로 굳어진 말 중 위아래 대립이 없는 말은 ‘웃’으로 적는다(웃어른 웃돈 웃비). ‘위’는 된소리나 거센소리 앞에서 쓰면 된다. 그럼 웃옷과 윗옷은 어떨까. 둘 다 맞지만 뜻은 다르다. 윗옷은 치마나 바지에 대립되는 상의(上衣)를 뜻하고, 웃옷은 맨 겉에 입는 옷이다. 즉, 와이셔츠는 윗옷이고, 바바리코트는 웃옷이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