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위험으로부터 시민들을 지켜야 할 경찰이 오히려 범행을 저지르거나 가담하는 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고 있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성 비위나 부패 범죄를 저지른 경찰관을 중징계하거나 주요 보직에서 배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잇따르는 비행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 금품 수수에, 대상 가리지 않는 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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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제·사하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SPO) 성추문 사건은 경찰이 보호해야 할 대상을 범죄의 표적으로 삼은 대표적 사례다. 그런데도 경찰은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했고, 경찰청은 특별조사단을 가동했지만 수뇌부 조사는 형식적이었다.
이에 앞서 서울종암경찰서 정모 경사는 지난해 10월 성범죄 피해를 신고한 미성년자를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가 신체를 촬영하고 성추행하기도 했다. 경찰이 사건 관련자들을 성추행, 성폭행해 징계 받은 사례는 최근 1년간 11건에 이른다.
범죄 대상은 동료 경찰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올 4월 술에 취한 동료 여경을 자신의 차 안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관이 구속되는 등 1년 사이에 전국 경찰관 40명이 동료 여경 또는 여직원을 성폭행해 징계를 받았다.
○ “레임덕 상관없는 근본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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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여과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미국의 폴리스 아카데미처럼 일정 기간 검증을 받은 사람에게만 응시 자격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용 시스템을 ‘선 교육, 후 임용’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잇단 비행이 전체 조직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자 경찰은 근무 기강을 확립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성 비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되 취약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예방적 직무감찰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임기가 한 달여 남은 강신명 경찰청장이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을 막으려면 느슨해진 조직 기강을 바로잡고 좀 더 근본적인 대처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은 “비위가 근절되지 않는 것을 보면 본청 차원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의문”이라며 “임기 말일수록 일벌백계(一罰百戒)해 조직 안팎에 자정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박윤균 인턴기자 서울대 사회교육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