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생전 어록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까. 법원은 추기경의 발언 내용을 그대로 옮긴 건 창작성이 없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명사의 가르침은 널리 전파될 필요가 있다며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평화방송 사진기자 출신인 전 모씨(60)는 김 추기경의 선종 3주기인 2012년 12월 김 추기경의 생전 어록과 전 씨가 촬영한 사진을 엮은 에세이집 ‘그래도 사랑하라’를 펴냈다.
그러자 평화방송은 이 책의 사진 110장이 전 씨 재직 중에 찍은 것이고, 김 추기경의 발언이 평화방송에서 펴낸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와 비슷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출판금지, 전량폐기, 6억 3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평화방송의 저작물은 김 추기경의 구술을 그대로 받아 적어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저작권 보호 대상으로 볼 수 없다”며 “존경받는 공적 종교인인 김 추기경의 말씀은 널리 전파돼 사랑과 나눔의 고귀한 정신을 강조한 그의 삶을 많은 사람과 나눌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