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프부종은 주로 피하지방층에 림프액이 비정상적으로 고여 팔이나 다리가 붓는다. 선천적으로 타고 났거나, 암수술을 받은 뒤 림프절을 절제하는 과정에서 생기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유방암이나 자궁암 수술 환자에서 20%~50%의 비율로 발생한다. 유방암 및 자궁암 수술 케이스가 해마다 증가하는 만큼 림프부종에 걸릴 확률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림프부종 환자에게 여름철은 고역이다. 이들은 면역이 떨어져 있어 아주 작은 상처가 나도 고열·통증을 수반하는 림프관염을 겪기 쉽다. 림프관염은 한번 발병하면 병원에 입원해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자칫 림프부종이 더 악화될 우려가 높아서다.
심영기 연세에스병원장의 도움말로 림프부종 환자의 여름철 건강관리법을 알아본다. 그는 “림프부종 환자는 여름철 자체가 부담이 된다”며 “모기 등 해충이 극성을 부리고, 더위에 환부를 가리기 힘들며, 쉽게 외상을 입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정체온 유지
기후가 오를수록 부종이 더 심해진다. 웬만하면 냉방기기가 설치된 실내에서 서늘하게 지내는 게 중요하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외출을 삼가는 게 바람직하다.
더위에 체온이 상승됐다면 찬물이나 미지근한 물로 샤워해 체온을 낮춰주는 게 좋다. 샤워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압박붕대를 풀고 찬 수건으로 식힌 뒤 환부를 거상시킨다. 젖은 수건으로 지나치게 오래 환부를 식히면 자칫 관절이 접히는 부분의 피부가 물러져 껍질이 벗겨질 우려가 있어 주의한다. 평소 물을 많이 마셔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면 체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타이트한 옷보다 헐렁한 의복 생활화
여름철일수록 잘 붓는 만큼 가볍고 조여지지 않는 헐렁한 옷을 선택한다. 입었을 때 피부가 눌린 자국이 생기는 옷은 입으면 안 된다. 느슨한 옷은 미세림프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통기가 잘 돼 림프부종 환자에게 유리하다.
외출할 때에는 발의 상처를 방지하기 위해 여름용 점퍼 등 보호의복을 준비하고, 조금 덥더라도 곰팡이 감염을 피하려면 맨발로 신는 샌들이나 슬리퍼보다 앞뒤가 막힌 것을 고르는 게 좋다.
압박붕대·압박스타킹, 미온수 세탁으로 청결 유지해야
여름철에는 땀, 피지, 선크림 등 로션류로 압박재료가 쉽게 손상된다. 특히 스타킹의 실리콘 재질은 흘러내림을 막아주는 부위로 오염되기 쉽다. 미지근한 온수로 세탁하는 게 좋다.
해충퇴치제
림프부종 환자가 해충퇴치제 제품을 고를 때에는 식물에서 추출한 인체에 무해한 성분을 고른다. 특히 해충퇴치제를 환부에 바르고 압박붕대나 스타킹을 신으면 압박재료의 수명을 단축시킬 뿐만 아니라 피부발진을 야기할 수 있어 삼가야 한다.
곤충에 물렸을 때에는 환부를 세척하고 칼라민로션, 베나드릴(Benadryl, 성분명 디펜히드라민) 또는 하이드로코르티손(hydrocortisone)이 함유된 크림이나 황산알루미늄(aluminum sulfate)이 함유 외용제를 바르면 좋다. 약이 없을 때에는 고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연화제를 발라주는 미국식 민간요법이 효과적이다.
캠핑에 나설 때에는 구급상자를 챙기자
캠핑이나 하이킹에 나설 때에는 항상 구급상자를 준비해야 한다. 소독약, 해충퇴치제, 알코올솜, 항생제연고, 붕대, 1회용 반창고, 항생제 등을 기본적으로 갖춘다. 염증 기미가 보인다면 항생제는 최소 3일치를 챙기는 게 좋다.
물놀이에서 지켜야할 것들
수영은 림프부종 환자에게 추천되는 대표적 운동이다. 그러나 수영장 물을 소독하기 위해 넣는 염소 성분은 환부를 건조하게 만든다. 림프부종 환자는 수영 전후로 피부보습제를 발라주는 게 도움이 된다. 피부에 균열이 있는 환자는 물놀이를 하지 않는 게 좋다.
수영이 끝난 뒤에는 피부를 잘 건조시킨다. 짓무르기 쉬운 발가락, 유방하부 등을 잘 말려주고 신발 내부에는 건조 파우더를 수시로 뿌려 곰팡이 감염을 예방한다.
장거리 여행 시 주의할 점
자동차, 기차, 버스, 비행기 등 장시간 이동할 경우 ‘반드시 붓는다’. 자동차 여행을 할 때에는 장시간 운전하지 말고 틈틈이 쉬어주며 냉방기를 틀어 덥지 않게 한다. 중간 중간 휴게소에서 쉬면서 다리를 올려 림프의 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기차 여행을 할 때에는 수시로 복도를 걸어주고, 버스에서는 좌석에 앉았을 때 발목을 돌리는 등 하체를 순환시켜 혈액의 흐름을 좋게 만들어야 덜 붓는다.
비행기 여행은 공기압이 낮아지므로 림프부종이 악화되기 쉽다. 반드시 압박스타킹이나 압박붕대를 착용하고 타야 한다. 핸드백이나 배낭은 너무 무겁게 꾸리지 않고 바퀴가 달린 여행용 캐리어를 끄는 게 좋다.
하지림프부종 환자는 비행기 복도 좌석을 티켓팅하는 게 좋다. 넓은 좌석일수록 좋지만 그렇지 못하면 수시로 걸어줘야 부종을 막을 수 있다. 물을 자주 마시며 흐름을 원활히 만들도록 한다.
운동은 ‘짧고 굵게’
림프부종 환자는 어떤 운동이든 시행해도 무방하지만 지나치게 운동하면 체온이 많이 오르는 만큼 짧게 운동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쉬는 시간을 자주 갖는 게 좋다. 타이트한 스포츠웨어보다 헐렁한 면 소재의 운동복을 입도록 한다.
운동 중 환부가 단단해지고, 터질 듯 아프고, 묵직하게 피곤한 느낌이 들면 중단한다. 이는 림프에 과부하가 걸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증상이 사라질 때까지 환부를 차게 식히고 거상시켜주면 한결 낫는다. 테니스·역도 등 반복적이거나 축구·배구 등 충돌이 많은 운동은 삼간다.
심영기 병원장은 “림프부종 환자는 여름철에는 항상 약 2주일분의 항생제를 구비하고 발적 등 초기 염증 증상이 생기면 항생제를 최소 1주일 복용하며 관리해야 한다”며 “심하면 내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병원은 림프부종 환자를 위한 24시간 응급입원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심 병원장은 림프부종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고 있는 스페셜리스트다. 기존 △림프흡입술 △지방흡입술 △미세림프수술 △줄기세포치료를 복합적으로 이용한 ‘심영기식 림프부종 치료법’으로 해외 학회의 찬사를 받았다. 현재까지 시술받은 모든 환자는 부종이 80~120% 감소하는 등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고 있다. 이같은 명성에 그를 찾아 한국행을 택하는 미국·유럽 등 외국인 환자도 적잖다.
취재/글 =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정희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