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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음원 사재기 의혹 8개월, ‘유령 ID’ 40만개 적발

입력 | 2016-06-03 06:57:00


abc001·abc002 같은 아이디 수만개
단속 후 ‘팬맺기’ 아이디 절반 증발
브로커 순위조작 음원 사재기 의혹

작년 9월 국내 최대 음악사이트 멜론에서 특정 패턴의 유사 아이디가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음원 사재기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정 가수와 ‘팬맺기’를 한 회원 중 abc001, abc002, abc003…, abc055(예시)처럼 일련번호를 연상케 하는 아이디가 수만개 단위로 발견된 것이다. 그만큼 특정 음악에 대한 집중소비를 가능케 해 인위적으로 순위를 끌어올리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혹을 샀다.

이에 멜론은 ‘유령 아이디’를 단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로부터 8개월이 흐른 지금은 어떨까. 스포츠동아 취재 결과, 유령 아이디가 한 가수당 많게는 40만개가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 아이돌 그룹, 40만개 ‘증발’

이에 따르면 그룹 A는 사재기 의혹이 불거진 작년 9월 ‘팬맺기’에 등록된 아이디가 66만4000여개였지만 2일 현재(이하 동일기준) 27만8294개다. 약 38만6000개가 유령 아이디로 추정된 셈이다. 다양한 세대의 인기를 얻는 또 다른 남성그룹 B도 64만4000여개에서 현재는 약 41만1000개가 줄어든 23만3596개다. 이들 외에도 음반을 내면 10∼30만장 판매하는 다른 아이돌 그룹들도 지난 8개월 사이 10만개 안팎의 아이디가 줄어들어 현재 7만∼15만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아이유처럼 25만3000개서 28만7819개로 아이디가 늘어난 경우도 발견됐다.

멜론은 “수상한 아이디의 이상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는 필터링 시스템을 거쳐 차트에 일절 반영하지 않는다”며 인위적 순위 조작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하면서도 대책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수상한 아이디에 대한 단속을 시작했다.

● 회원정보 변경 요구·모니터링으로 유령 아이디 솎아내

멜론은 주민등록번호 입력 없이도 이름과 이메일 등 연락처를 기재하면 아이디를 얻을 수 있어, 한 사람이 얼마든지 허위 정보를 입력해 다수의 아이디를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멜론은 우선 회원정보 변경을 요구하는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게시, 실제 사용 가능한 연락처 등 정확한 정보로 변경하지 않을 경우 이용약관에 따라 서비스 이용을 해지하거나 제한하며 중지시킬 수 있다고 알렸다. 실제 수상한 아이디를 일일이 모니터링해 연락처 등 정보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아이디에 대해서는 강제 해지 등 조치를 취했다.

멜론 측은 2일 “아이디가 특정 패턴이란 이유만으로는 해지시킬 수 없는 일”이라며 “사전에 안내문을 게시했고, 이후 엄격한 내부 기준과 절차, 약관 등에 따라 실제 이용되지 않고 있는 아이디를 솎아냈다”고 말했다.

● 왜곡된 음악시장의 불편한 증거

특정 패턴의 유사 아이디를 두고 팬들의 ‘총공’일 것이란 추측이 나온 것도 사실이다. ‘총공(격)’은 가수의 팬들이 음원 발표 직후 특정 시간에 조직적으로 음원을 다운로드 및 스트리밍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브로커들이 대량으로 아이디를 개설, 순위 조작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유령 아이디가 팬들의 충성심인지, 브로커의 비즈니스인지는 최종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 가수별로 아이디가 40만개씩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음원시장이 왜곡돼 있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2일 “음악계 종사자 모두가 페어플레이 정신을 가져야 하고, 음악사이트 측은 유령 아이디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면서 “이번 일을 통해 우리 음원시장의 체질이 건강하게 개선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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