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1일 수요일 맑음. 콘서트콘서트.#210 Oneohtrix Point Never ‘Sticky Drama’(2015년)
미국 전자음악가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의 앨범 ‘Garden of Delete’ 표지.
‘과학 콘서트’ 붐이 일더니 ‘신문 콘서트’를 지나 얼마 전엔 ‘기생충 콘서트’라는 책까지 나왔다. 콘서트의 참된 의미가 욕본다. 사단법인 한국침해사고대응팀협의회(CONCERT·CONsortium of CERTs)에 탄원서를 넣기 직전 마음을 추슬러 책상 앞에 앉았다.
뭔가 지루하고 어려워 보이거나 지나치게 고상한 콘텐츠에 ‘콘서트’를 무턱대고 붙여서 이미지를 부드럽게 하려는 일련의 시도가 요즘 있다. 편안하게 앉아서 책 읽고 강의 듣는 즐거움이 어찌 콘서트 보기의 고단한 쾌락에 비할까. 그간 나는 온갖 콘서트에 일천 회 이상 참석했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콘서트라면 매우 시끄럽고 정신이 없으며 보기 불편해야 한다. 가장 시끄러웠던 콘서트들을 일별해본다. 이는 타살굿판에 날고기를 거는 데 준하는 뿌리 지키기 의식쯤 되리라.
2014년 2월, 영국 록 밴드 모과이의 서울 공연은 밸런타인의 아성을 넘었다. 이런 공연에서 귀마개 착용에 적절한 순간은 기타가 한 음을 길게 끌기 시작하는 때다. 모과이는 두 대의 기타를 이용한 원격 고문을 즐겼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