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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뷰스]교통 신기술과 모빌리티 혁명 위한 규제 프리

입력 | 2016-05-23 03:00:00


이창운 한국교통연구원장

1980년대 초 인기를 끌었던 미국 TV 드라마 ‘전격 Z작전’의 로봇자동차 키트와 남자 주인공 마이클이 전개하던 공상 과학적 장면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땅에서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하늘에서는 드론이라는 무인항공기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눈부신 혁신으로 교통의 이동성을 뜻하는 ‘모빌리티(mobility)’ 서비스가 발전하고, 손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모빌리티 혁명’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스스로 판단해 달리는 자율주행차 기술은 구글의 무인차 개발로 불붙기 시작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2030년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연평균 35%씩 성장 중인 민간용 드론은 미국 일본 중국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분야다. 선진국들은 이미 물류배송, 교통사고 조사, 교통시설 점검 등 다양한 교통 분야에서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회사 내비건트 리서치는 2035년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가 743조 원에 이르고, 자율주행차가 전체 판매 차량의 7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자동차산업협회는 자율주행차의 상용화에 따라 2030년 2만5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국내총생산(GDP)이 1%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선진국 정부도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과 운행 환경 조성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구글이 자율주행차 기술 분야에서 가장 앞서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11년 네바다 주를 시작으로 현재 9개 주에서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가 실제 도로를 운행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특히 애리조나 주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은 무인자동차도 시험 운행을 할 수 있게 했다. 이를 바탕으로 구글은 일반 도로에서도 300만 km 이상을 시험 주행한 경험을 확보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도 테스트를 위해 이곳에 몰려들고 있다.

후발 주자인 한국도 올해 2월부터 자율주행차의 도로 주행을 허용하는 등 분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7대 신산업의 하나로 자율주행차와 드론(무인항공기) 기술 개발 및 실용화 사업을 각각 선정하고 적극적인 정책 지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발의된 ‘지역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프리존 특별법안’은 급변하는 기술진보 시대에 맞게 과감한 규제 특례와 맞춤 지원을 할 수 있는 규제 프리존의 시행 방안을 담고 있어 기대된다.

1865년 영국의 ‘적기(赤旗)법’은 규제의 왜곡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영국은 증기자동차의 출현이 당시 교통시장을 지배하던 마차업계와 보행자에 큰 위협이 되자, 시속 40km로 달릴 수 있는 증기자동차의 속도를 시내에서는 시속 3.2km, 교외에서는 6.4km로 제한했다. 또 붉은 깃발을 든 사람이 증기차 앞에서 주행을 알리게 하는 법을 시행했다. 이 결과 영국 자동차 산업이 독일과 프랑스 자동차 산업과의 속도 경쟁에서 뒤처지게 됐다.

우리는 지금 교통 신기술의 혁신과 모빌리티 서비스의 창발적 태동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 주변에 현대식 ‘적기법’이 있다면 철폐하고 규제 완화가 교통 신기술과 모빌리티 산업의 혁신으로 안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간 부문의 창의적 투자와 정부의 미래지향적인 지원이 결합되지 않으면 우리는 글로벌 경쟁력을 선도해 나갈 수 없다.

이창운 한국교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