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잔 발라동이 그린 에리크 사티 초상화.
계속할까요. 젊어서는 몽마르트르의 카페에서 샹송을 작곡해 피아노로 연주하면서 쏠쏠한 수입을 얻지만 나이 든 뒤에는 ‘쓸모없는 곡’이라고 이 노래들을 외면합니다. 친척이 죽으면서 적지 않은 유산을 물려준 뒤로는 최신 유행의 양복과 중절모, 우산으로 화려하게 치장하고 다녀 ‘벨벳 신사’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주머니에는 늘 망치를 넣어 다녔습니다. ‘불의의 습격’을 당할까 봐 두려웠다는 겁니다. 식습관도 독특해서 우유나 죽 등 ‘흰 음식’만 먹었다고 합니다.
그의 유일한 연애담도 독특합니다. 인물화 모델로 유명했던 여성과 하루 저녁 데이트를 한 뒤 다짜고짜 ‘결혼해 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당연히 거절당했죠. 재미있는 것은 이 여성의 행동입니다. 며칠 뒤 사티의 이웃으로 이사를 옵니다. 그 뒤 나름 잘 지냈던 모양입니다. 이웃이 관계를 청산하는 방법은? 이 여인은 이후 다시 이사를 가버렸고, 사티는 시름에 잠겼습니다.
17일은 이 사티의 탄생 150주년 기념일입니다. 지난해 그의 서거 90주년을 맞이해 ‘배경음악’ ‘환경음악’의 시조였던 그의 역할을 소개했습니다만, 오늘은 그의 특이한 개인적 면모를 살펴보았습니다. 투명하고 명상적인 ‘짐노페디’를 들으면서 봄날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요.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