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러지는 스포츠 대회에서는 실력만큼 대진운도 중요하다. 한 경기만 패해도 곧바로 탈락하기 때문이다. 제70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가장 대진운이 나빴던 팀을 꼽으라면 단연 제주고였다. 32강에서는 지난해 우승팀 선린인터넷고, 16강에서는 지난해 준우승팀 상원고와 각각 맞붙는 일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8강에 합류한 건 ‘과거의 강팀’ 두 학교가 아니라 ‘미래의 강팀’을 꿈꾸는 제주고였다. 제주고는 13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대회 16강에서 상원고에 7-1 승리를 거뒀다. 사흘 전에 선린인터넷고를 7-3으로 꺾은 상승세를 이어간 것이다.
경기 후 성낙수 제주고 감독은 “하위 타선에서 잘 쳐준 게 제일 컸다”고 자평했다. 이날 제주고 7~9번 타자로 나선 2학년 3인방 김건형, 어준혁, 정주원은 12번 타석에 들어서 안타 3개, 볼넷 2개로 다섯 번 1루 베이스를 밟는 데 성공했다(출루율 0.417). 김건형과 어준혁은 2루타도 각각 하나씩 때려냈다. 1번 타자 박강현(3학년)도 5타수 3안타에 볼넷 1개를 얻어내며 ‘밥상’을 제대로 차렸고, 결국 3득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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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열린 경기에서는 부산고가 북일고에 7-4로 역전승을 거뒀다. 부산고는 1-2로 끌려가던 5회초 공격에서 스퀴즈 번트 두 개와 밀어내기 볼넷을 묶어 경기를 뒤집었다. 부산고는 8회에도 상대 실책 등으로 3점을 뽑으며 승리를 지켰다.
선발로 나선 윤성빈(3학년)이 흔들리자 3회 마운드에 오른 최지광(3학년)이 비자책점으로만 두 점을 내주면서 6과 3분의 1이닝을 던져 승리투수가 됐다. 이번 대회 13과 3분의 1이닝 평균자책점 제로(0)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최지광은 “오늘은 카운트가 불리할 때마다 슬라이더가 말을 잘 들었다. 체력 문제는 없다.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고는 동산고와 14일 8강 경기를 치른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