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연-역술인 6개월간 ‘역법 공방’ 천문연 “달력은 양력-음력 2가지뿐” 역술인 “동양 역법 전문가 없어 실수”
시중에서 활용되는 달력. 양력에다 음력과 기절력이 병기돼 있다. 많은 사람들이 3가지 역법체계를 활용도에 따라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동아일보DB
○한국천문연구원과 역술인의 6개월 역법 공방
역술인 이상엽 씨(55)는 질의서에서 “우리 민족은 ‘24기절력(氣節曆)’과 ‘음력(陰曆)’을 사용해 오다 1895년 고종 당시 서양의 ‘양력(陽曆·그레고리력)’을 공식 역법으로 받아들여 모두 3개를 쓰고 있는데 천문연은 우리의 역법을 ‘양력’과 ‘태음태양력’ 두 가지뿐인 것처럼 이 기관이 공식 발행하는 ‘역서(曆書)’에 기재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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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연은 답변서에서 “우리가 쓰는 달력은 양력(그레고리력)과 음력(태음태양력) 둘뿐이다. 이는 두 달력이 국가에서 공식으로 인정한 달력이며 현재 일반 국민에게 통용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씨는 또 “천문연은 역서에 ‘간지(干支)’와 ‘24절기’ 같은 기절력의 표현을 쓰고 있으며 한국천문연구원 편찬이라고 명시된 만세력(명문당 발행) 1900년부터 2200년까지 200년 분량의 달력이 양력과 음력, 기절력 모두 병기돼 있다”며 “천문연에 동양 역법에 대한 전문가가 부재해 이런 어이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 동일 문화권인데 중국은 달력 3개, 한국은 2개?
천문연이 양력과 음력(태음태양력) 둘밖에 없다면서 제시한 ‘태음태양력’이라는 표현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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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중국 정부의 천문연구기관인 중국과학원 쯔진산(紫金山)천문대가 공식 편찬한 대중만년력(大衆萬年曆)은 달력을 24기절력을 의미하는 농력(農曆), 음력, 그레고리력인 공력(公曆) 등 3가지로 명확히 분류하고 있다”며 “하지만 천문연은 초기의 답변서에서는 ‘중국도 태음태양력이란 용어를 쓴다’고 출처가 불분명한 논문까지 끌어대 답변했다가 대중만년력을 반박 자료로 제시하자 ‘중국 자료는 거론하지 말자’고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이 공방은 감사원 조사로까지 이어졌다. 이 씨는 “천문연이 군색한 변명을 일삼거나 심지어 답변을 편리한 대로 뒤집어 담당자들을 직무유기로 처벌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지난달 11일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오랜 기간 천문역리학을 연구해 온 이 씨는 ‘역법의 역사와 역리학의 바른 이해’ 등 3권의 관련 서적을 저술했으며 방송 출연과 신문 기고 등을 통해 생활 역법과 풍수를 알리고 있다. 2004년에도 역법의 잘못된 적용으로 윤달이 바뀌는 문제를 언론에 제기해 천문연이 잘못을 공식 인정하게 만들기도 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