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2012년 해외 원정도박 사건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 전관(前官) 출신 변호사를 동원해 전방위 로비를 시도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정 대표의 항소심 변호를 맡았다가 해임된 최모 변호사의 폭로에 따르면 정 대표는 구치소에서 최 변호사에게 부장판사와 검사장 출신 변호사, 성형외과 의사, 법조 브로커 등 자신이 집중 로비를 해온 명단이 적힌 종이쪽지를 건네면서 “더 이상 로비를 하지 말라”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정 대표의 마카오 도박 사건을 2014년 처음 수사했지만 무혐의로 검찰에 송치됐고,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 수사 단계부터 검찰 수사까지의 변호는 검사장 출신 A 변호사가 맡았다. 동일한 사건에서 두 번씩 무혐의 처분이 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검찰은 다른 사건에 연루된 브로커 이모 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이 씨가 서울중앙지법 L 부장판사와 저녁식사를 하며 정 대표 사건을 말한 사실을 확인했다. L 부장판사는 항소심이 자신에게 배당된 것을 모르고 있다가 다음 날 출근해 재배당을 요청했다고 한다. 수도권의 K 부장판사도 정 대표와 친한 성형외과 의사를 통해 항소심 재판부에 청탁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한 부장판사는 딸이 정 대표 회사가 협찬한 미인대회에서 입상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번 정 대표에 대한 검찰의 항소심 구형이 이례적으로 1심의 3년에서 2년 6개월로 줄어든 것도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가 검찰에 로비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정 대표의 로비 의혹은 해임된 변호사의 폭로가 없었다면 수면 아래 감춰져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법조계에서 이 같은 전관예우와 브로커 로비가 얼마나 만연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나 ‘가재는 게 편’이라는 비난을 듣지 않으려면 모든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