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0.4%… 2분기 연속 0%대 수출 증가율 -1.7%… 2014년후 최저… 민간소비도 3개 분기만에 마이너스 정부 2016년 3% 성장 목표 달성 힘들듯
26일 한국은행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통계에 따르면 1분기(1∼3월)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4%에 그쳤다. 정부의 적극적인 부양책으로 1%를 넘겼던 지난해 3분기(7∼9월·1.2%) 이후 두 개 분기 연속 0%대 저성장이다. 이번에 발표된 1분기 성장률은 올 1월 취임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경제팀의 첫 성적표다.
경기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수출이었다. 1분기 수출 증가율은 ―1.7%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하락폭을 나타냈다.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 둔화가 이어진 데다 유가 하락으로 수출품의 가격이 낮아진 게 큰 이유가 됐다. 작년 내내 성장세를 이어 온 국내 제조업 생산 역시 1분기에는 0.2%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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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소비가 활기를 띠었던 것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개별소비세 인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등 부양책 덕분”이라며 “올 하반기에는 이런 효과들이 힘을 잃으며 소비 활력이 더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내수의 성장 기여도도 ―0.3%포인트로 2014년 1분기(―0.1%포인트) 이후 2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침체된 내수가 성장을 견인하기는커녕 오히려 성장세를 끌어내렸다는 뜻이다.
1분기부터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함에 따라 올해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3%대 성장은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은은 19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외 연구기관들도 올해 전망치를 2%대 중반으로 잇달아 내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3.2%에서 2.7%로 0.5%포인트 내렸고 LG경제연구원은 국내 기관 중 가장 낮은 2.4%로 전망치를 낮추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성장세 하락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인구 고령화와 글로벌 교역구조의 변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저하 등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중·노년층은 노후가 불확실해 돈이 있어도 잘 쓰려고 하지 않고 수 자체가 적은 청년층은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주거 부담도 커서 소비를 늘리기가 어렵다”며 “경제 상황이 수요를 창출하기 어려운 구조라서 단순한 경기 부양책으로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