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거래량이 최근 10개월 만에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기존 아파트 시장이 둔화되자 강남권 택지지구 등 인기 주거지의 분양권 시장에 수요자들이 몰리는 모습이다.
2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거래량은 879건으로 지난해 5월(1029건) 이후 가장 많았다. 전달(568건)은 물론, 주택시장 회복기였던 지난해 같은 달(616건)보다도 40% 이상 늘어난 양이다.
지역별로는 지난달 분양권 거래가 이뤄진 서울 21개 구 중 19곳의 거래량이 전달보다 증가했다. 한강이남 지역에서는 마곡지구를 낀 강서구(196건), 위례신도시를 낀 송파구(61건)의 거래량이 많았다. 마곡의 경우 2월 전매제한이 풀린 ‘마곡힐스테이트마스터’에서만 지난달 180채가 ‘손바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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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권에서는 성동(103건), 서대문구(82건) 등 도심에서 가까운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권 거래가 활발하다. 통근 여건이 좋고 한강 조망이 가능한 재개발 단지들에는 1억 원대의 웃돈이 붙었다는 게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8억9000만 원에 분양된 성동구 금호동4가 ‘힐스테이트 금호’(전용면적 114㎡)는 최근 10억 원에 분양권이 팔렸다.
이 같은 현상은 주택담보대출을 까다롭게 하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으로 기존 아파트 거래가 주춤해지자 분양권 시장이 ‘풍선 효과’를 누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은 이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출 규제로 기존 아파트를 사기 어려워진 수요자들이 집값을 나눠 낼 수 있는 신규 분양 단지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투자자는 물론 내 집 마련을 위해 분양권을 사는 실수요자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분양권 전매 시장의 온기가 기존 아파트 시장으로 퍼질지는 미지수다. 이달 1~20일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5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57건)의 55%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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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