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발 선진국들 우주기지 경쟁
유럽우주국(ESA)이 공개한 달 기지 상상도. 3D프린터를 이용해 지을 수 있는 가볍고 튼튼한 거품형 밀폐 구조물을 제안했다. ESA는 달 기지 건설을 위한 전문 건축팀을 구성할 계획이다. 유럽우주국 제공
지난해 인기를 끈 영화 ‘마션’에는 화성 표면에 만든 우주기지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이 기지에서 홀로 감자를 키우며 구조대가 올 때까지 버틴다.
실제로 인류는 지구 이외의 행성에 건물을 지은 적이 없다. 대형 건설 장비와 건축 자재를 우주로 내보낼 때 드는 천문학적인 운송 비용도 문제거니와 중력과 토양, 기압까지 다른 우주 환경에서 건축물을 만들 기술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주 선진국들은 우주기지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하며 개발 경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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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 표면에 건축물 짓는 비결은 ‘3D프린터’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미국 업체인 자크와 공동으로 구상한 화성 기지 예상도. 건물의 하단부부터 자재를 쌓아 올리는 ‘3차원 적층 건설기술’이 적용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공
유럽우주국은 3차원(3D)프린터로 달 기지를 지을 계획이다. 건축용 3D프린터를 달로 보낸 다음 현지에서 토양을 캐내 건물을 찍어 내겠다는 것이다. 건축 자재를 현지 토양으로 조달하는 만큼 운송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3D프린터를 이용한 건설 기술은 이미 상용화돼 있어 우주에서의 성공 가능성도 크다.
신휴성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창의전략연구소장은 “무인 탐사선을 보내 레이저분광기 등으로 토질과 지형 구조를 알아내는 게 우선”이라며 “현지 상황에 맞는 3D프린터를 만들어 보낸다면 바로 건설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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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루나27’ 추진 중
러시아도 달 기지에 관심이 많다. 유럽과 공동사업을 추진할 가능성도 높다. 러시아연방우주청은 지난해 “5년 내에 달에 탐사로봇을 보내는 ‘루나27’ 계획을 추진 중이며 2020년경 달 남극 분지에 로봇을 보내 적합성을 살필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달을 넘어 화성 진출을 꾀하고 있다. 2033년엔 화성에 우주인을 보낼 계획이다. 화성 개척의 베이스캠프가 될 화성기지 건설도 추진할 걸로 보인다. 이미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마션 개봉에 맞춰 ‘화성 서바이벌’을 위해 개발된 우주 기술을 공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우주기지를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자크(XARC)사와 공동으로 화성 우주기지 개념 모델인 ‘아크햅(ArcHab)’을 개발해 미국건축가협회가 주최하는 건축박람회에 전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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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