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부대서 51개월 통역 이지연씨… 파병장병 출신 서건씨와 백년가약 “한국 알리는 중동전문가 커플될 것”
현실 속 ‘태양의 후예’ 커플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레바논 동명부대에서 4년 넘게 통역군무원으로 근무 중인 이지연 씨(뒤)와 파병 장병 출신 서건 씨가 사랑을 싹틔운 지 4년 만에 백년가약을 맺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서울에서 태어난 이 사무관은 한국외국어대 아랍어과, 같은 대학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한 뒤 2012년 1월 동명부대의 아랍어 통역군무원(5급 계약직 사무관)에 채용됐다. 어릴 때부터 분쟁지역에 관심이 많았고, 시리아와 요르단 어학연수 시절(2006∼2007년) 여행에 나선 레바논에서 전쟁으로 폐허가 된 현장의 모습과 동명부대의 재건활동을 접한 뒤 자신도 기여하고 싶다는 이유로 지원했다고 한다. 이 사무관은 6일 “주변에선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고, 늠름한 군인들과 함께 생활해 더 안전할 것으로 보고 도전했다”고 말했다.
이 사무관은 태극기와 유엔마크가 부착된 군복을 입고 각종 행사의 요인 통역과 방문자통제소의 출입인원 통역을 맡았다. 한글교실과 의료지원 등 민군작전에도 참여했다. 현지 여성과 어린이들은 그를 ‘카리마’(현지 이름)라고 부르며 먼저 다가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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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엔 서 씨가 이 사무관에게 경례할 정도로 직급의 벽이 있고, 파병 임무가 최우선이어서 두 사람 모두 조심스러웠다고 한다. 하지만 서 씨가 전역 후에도 변치 않는 모습을 보이자 그 마음을 받아주기로 결심했다. 이후 이 사무관은 매년 두 차례 휴가 때 한국에 와서 서 씨를 만났다. 떨어져 있을 땐 국제전화와 e메일로 사랑을 키웠다. 서 씨가 2014년 10월∼2015년 12월 주레바논 한국대사관에서 계약직 행정관으로 근무할 때 꿈같은 ‘장기간의 재회’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 사무관은 현지 주민들의 순수함과 장병들의 열정에 매료돼 매년 근무 연장을 신청했다. 부대도 그의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한 덕에 51개월째 근무하고 있다. 동명부대를 포함해 파병 역사상 최장기 파병기록이다. 이 사무관은 내년 1월 동명부대와의 근무계약이 끝난 뒤 외교부 등 정부기관에서 중동전문가로 활동하길 희망한다. 서 씨도 아랍어 통번역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이 사무관은 “남편과 함께 중동 현지에서 한국을 알리는 첨병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