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3원… 4년6개월만에 최대폭
연준이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올릴 때만 해도 미국에서 올해 최대 4차례의 금리 추가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연초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연준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다만 연준은 미 경제가 건재하다고 강조하며 금리 인상이 언제든 재개될 가능성을 열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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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연준의 판단 기준이 시장 친화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지난해 12월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한 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열었고, 유럽도 최근 제로 금리를 도입하는 등 세계 각국이 경제 위기로 극약 처방을 내놨다. 이 때문에 미국이 유럽, 일본의 금리 정책과 엇박자를 내면서 세계 경제의 어려움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제를 고려해 금리 정책을 추진해 달라는 시장의 희망에 연준이 응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연준은 이번 결정이 미 경제의 부진으로 확대 해석되는 걸 경계했다. 미국의 고용지표와 물가상승률 등이 양호하며, 경제가 점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리 인상 속도와 변화 폭도 감소했다. 이날 연준이 발표한 기준금리 전망치(점도표·dot plot)에 따르면 올해 말 중간값은 0.875%로, 지난해 12월 전망치(1.375%)보다 0.5%포인트 낮아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이 수준에 도달하려면 금리를 2차례만 인상하면 되기 때문에 다음 금리 인상은 6월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재닛 옐런 연준 이사회 의장은 “제시하는 (금리 인상) 경로가 정해진 계획이나 (반드시 인상하겠다는) 약속이 아니다”라고 해 금리 추가 인상 시기가 바뀔 여지를 남겨 놨다. 또한 옐런 의장은 “마이너스 금리는 고려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 코스피 2,000 선 육박, 원-달러 환율 20원 하락
미국의 금리 동결로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약해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식시장도 상승세를 탔다. 미국 다우존스산업지수는 전날보다 0.43% 올랐으며,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달러 약세 가능성으로 상승 폭을 키우며 전날보다 5.8% 오른 배럴당 38.46달러로 마감했다. 17일 서울 유가증권 시장에서 코스피도 장중 한때 2,000 선을 돌파하는 등 강세를 보인 끝에 전날보다 13.09포인트(0.66%) 오른 1,987.99로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0.0원 급락(원화 가치는 상승)한 1173.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준이 시장의 예상보다 더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달러화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날 하락 폭은 2011년 9월 27일(―22.7원) 이후 4년 6개월 만에 가장 컸다. 원-달러 환율이 1170원대로 떨어진 것도 지난해 12월 30일(1172.5원) 이후 처음이다. 연중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달 25일(1238.8원)과 비교하면 20여 일 만에 65원 이상 급락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지지선으로 꼽혔던 1180원이 무너진 데다 그동안 진행됐던 미 달러화 강세의 되돌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원-달러 환율이 1160원대 안팎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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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혁 gun@donga.com·정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