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음악 예능 프로그램 ‘신의 목소리’-MBC 음악 예능 프로그램 ‘듀엣 가요제’(아래). 사진제공|SBS·MBC
“방송 한 번 잘못 나갔다간, 다른 방송사에선 출연금지될 분위기에요. 방송사들 신경전에 가수들만 죽어나게 생겼어요.”
최근 만난 한 가수 매니저는 ‘음악예능’ 이야기에 난처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지난 설 명절 파일럿으로 방송됐던 MBC ‘듀엣가요제’와 SBS ‘일요일이 좋다-판타스틱 듀오’ ‘보컬전쟁 : 신의 목소리’가 모두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되면서 두 방송사 사이에 날선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수와 일반인의 듀엣 대결’ 포맷의 ‘듀엣가요제’와 ‘판타스틱 듀오’간 신경전은 가수 측 입장을 더욱 난처하게 만든다.
가창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가수는 한정돼 있는데, 방송사들이 서로 출연시키려 경쟁하다보면, 가수의 선택에 따라 서운함을 느끼는 방송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같은 포맷의 두 프로에 모두 나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어느 한 곳에만 출연했다간 다른 쪽에 미운털 박힐 것 같고, 모두 거절하면 방송사와 등지게 될까 두려운 상황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 지경이 된 것이다.
육아예능이나 요리예능처럼 음악예능도 범람의 시대를 맞게 됐다. 예능의 쏠림현상에는 또 여러 부작용이 수반될 것이다. 방송사들이 자초한 쏠림현상에 애꿎은 출연자들만 후유증을 감당하게 생겼다. 방송사는 출연자들을 옥죌 것이 아니라, 동반자로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출연자 섭외에만 목맬 것이 아니라 ‘디테일’로 승부해야 할 것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